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레이스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가동과 함께 본격화된 가운데 이번 승계의 향방은 경영 성과보다 '주주 동의율'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연임 요건을 강화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양종희 회장의 연임은 기존과 다른 기준 위에서 평가받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KB금융에 따르면 회추위는 ‘2026년 KB금융그룹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을 확정하고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KB금융은 △업무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그룹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경영 노력 등 5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 변수① ‘67% 룰’…연임 문턱 높아지지만, 본질은 ‘구조 변화’
가장 큰 변화는 의결 구조다. 회추위가 최종 후보를 선정하더라도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연임이 확정되는 만큼, 최종 관문은 결국 주주 ‘손’에 달려 있게 된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안은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기존 과반에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핵심 축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아직 최종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논의가 상당 부분 진척되면서 시장에서는 기준 변화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기존에는 과반만 확보하면 연임이 가능해 일부 반대가 존재하더라도 핵심 지지층만 확보하면 통과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67% 기준이 현실화될 경우 30% 내외의 반대만 형성돼도 연임이 좌초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TF 개선안'은 이달 중 발표 가능성이 높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22일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관련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이는 규제 방향이 조만간 구체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KB금융처럼 대주주가 없는 분산 지분 구조에서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다. 과반 체계에서는 일부 반대가 있어도 통과가 가능했지만, 67% 기준에서는 주요 주주 한 곳만 돌아서도 전체 찬성률이 기준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연임은 ‘얼마나 지지를 확보하느냐’보다 ‘얼마나 반대를 줄이느냐’가 더 관건이다.
◇ 변수② ‘사외이사’…회추위가 곧 검증 대상
두 번째 축은 이사회다. 금융당국은 회장 선임을 주도하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이번 KB금융 회추위는 조화준 이사회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최재홍·김성용·차은영·이명활·김선엽·서정호 등 사외이사 7명 전원이 참여하는 구조다. 이들은 후보군 선정부터 인터뷰, 최종 의결까지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한다.
특히 조 의장은 2023년 양종희 회장 선임 당시에도 회추위에 참여했던 인물로, 이번에도 판단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연속성이 있다.
KB금융은 이미 회장 자격요건을 회추위 초기에 공개하는 등 절차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 같은 변화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외이사가 실질적 판단 주체로 부각될수록 회추위의 결정은 내부 의사결정이 아니라 외부 검증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회추위 판단이 앞으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변수③ ‘타이밍’…KB만 규제와 정면 충돌
세 번째는 타이밍이다. 양 회장의 임기는 11월 종료되지만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은 이달 발표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논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TF 논의는 사실상 마무리됐고, 세부 기준과 적용 방식만 남겨둔 상황이다.
승계 절차와 규제 도입 시점이 겹치면서 KB금융은 강화된 기준을 처음 적용받는 ‘1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연임이라도 기존 룰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 위에서 판단 받는 구조다.
◇ 결론: 연임의 기준은 ‘성과’에서 ‘동의율’로 이동
양종희 회장의 경영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 기반은 충분하다. KB금융은 지난해 5조80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비은행 부문 수익 비중도 30% 후반까지 확대되는 등 구조적 성과를 이어왔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약 7조5000억원 규모의 배당 재원을 확보하며 감액배당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비과세 배당이 가능해지면서 주주가 체감하는 실질 환원 효과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또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재확인하며 자본 효율성과 투자자 신뢰 확보에도 방점을 찍었다.
다만 67% 기준이 도입될 경우 연임은 더 이상 내부 평가의 결과가 아니라 주주 전반의 합의 수준을 입증해야 하는 과정으로 바뀐다.
결국 관건은 성과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주주를 설득하고 반대를 최소화할 수 있느냐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KB금융 회장 선임이 향후 금융지주 지배구조 변화의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맞춰 금융사들도 관련 기준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사외이사 운영 등도 정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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