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기술 성장과 함께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산업 규모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냉난방공조(HVAC)’ 분야도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초대형 AI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기술력 확보가 AI성능과 직결되면서다. 이에 국내에서 관련 산업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삼성·LG, HVAC 주도권 경쟁 본격화
현재 기준으로 살펴보면 데이터센터 HVAC 시장 확보에 좀 더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LG전자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 13일 차세대 연구·전문위원 선발 CTO부문에 소자재료연구소 김정섭 연구위원을 선발했다. 김 연구위원은 차세대 AI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시장확보를 위한 대외적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21일에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데이터센터월드(DCW, Data Center World) 2026’에 참가, 최신 AI데이터센터 HVAC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주요 빅테크·반도체 기업들과의 사업기획 확대에 나섰다.
국내외 기업들과의 HVAC 기술력 공동 개발에도 자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LG전자는 ‘SK엔무브’, 미국 냉침냉각 전문기업 ‘GRC’와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데이터센터 서버 등 전자기기를 특수 냉각 용액에 담가 식히는 기술이다. 이번 DWC 전시회에서 기술을 최초 공개한다. 공개 부문은 △GRC와 공동 개발한 액침냉각 탱크 시스템 △SK 엔무브와 공동 개발한 냉각액 등이다.
삼성전자 역시 공격적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북미 최대 규모 HVAC 전시회 ‘AHR 엑스포’에 참가, 관련 기술들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이 전시회에서 ‘더 나은 일상의 구현(Enabling Better Living)’을 주제로 미래형 공조 솔루션을 제시했다.
또한 HVAC 핵심 시장인 유럽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달 24일엔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 전시회 ‘MCE 2026’에서 8개 ‘MCE 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MCE는 전시 기간 중 업계 혁신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제품을 대상으로 수여한다. 삼성전자는 ‘2026년형 AI 무풍콤보 프로 벽걸이’ 가정용 에어컨 2종이 수상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향후 HVAC 사업 방향은 ‘플랙트그룹(FläktGroup)’과의 협업이 핵심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6일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HVAC 업체인 플랙트를 인수했다. 플랙트의 100년 이상 축적된 HVAC 기술력을 바탕으로 AI데이터센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목표다.
◇ 성능과 친환경 모두 잡을 ‘차세대 HVAC’ 경쟁 심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데이터센터 HVAC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풀이된다. 첫 번째는 ‘ESG 경영’ 측면이다. AI데이터센터는 구동 시 막대한 열을 발생한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형 AI데이터센터 주변에서는 ‘열섬’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섬 현상이란 다양한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도심 지역 기온이 주변 교외지역보다 크게 오르는 현상이다. 국소기후현상 중 하나로, 대표적인 기후변화현상 중 하나로 꼽힌다.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근 20년간 확보한 위성 지표면 온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 세계 8,400여개 데이터센터 인근 지표면 온도가 평균 2°C 상승한 것을 확인했다. 가장 높은 지역의 경우 9.1°C까지 온도가 상승했다. 또한 데이터센터에서 약 6.2마일(10km) 떨어진 곳에서도 온도 상승이 관측됐다.
두 번째는 ‘데이터센터 자체의 성능 향상’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데이터센터가 뜨거워지면 성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센터 내부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과열되면 ‘열 스로틀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각 부품이 과열됐을 때 고장을 막기 위해 기기가 스스로 전압, 클럭 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를 넘어설 경우 시스템 자체가 고장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의 냉각 능력은 AI모델 성능과 직결된다. 프랑스 툴루즈 국립공과대학(ENSEEIHT), 스페인 국립 연구 위원회 연구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이 적절히 적용될 경우 합성곱신경망(CNN) 기반 AI모델의 처리 성능은 최대 90%까지 향상됐다.
관련 시장 성장도 양사가 HVAC 사업에 있어 속도전을 벌이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AI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시장 규모는 187억8,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오는 2034년에는 연평균 성장률 12.6%로 541억8,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데이터센터 냉각기술 시장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클라우드 서비스 성장, AI산업 활성화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또한 친환경 데이터센터에 대한 요구 증가와 엄격해진 ESG 관련 법규는 액체 냉각, 자연 냉각, 모듈형 냉각 시스템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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