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끝없이 꺾여도, ‘청춘’이란 이름으로

시사위크
영화 ‘짱구’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짱구’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를 꿈꾸며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부산 사나이 ‘짱구’ 정국(정우 분)은 전기세조차 밀릴 만큼 팍팍한 현실 속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다. 오디션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서툰 서울말과 엇박자의 인간관계까지 겹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쪽팔리면 더 크게 웃으며 버텨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영화 ‘짱구’는 매번 꺾이고 좌절해도 배우가 되겠다는 바람 하나로 버티고 일어서는 오디션 천재 짱구의 유쾌하고 뜨거운 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정우가 각본과 주연을 맡고 오성호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서 먼저 공개돼 주목받았다. 

2009년 개봉해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바람’ 속 대표 캐릭터 ‘짱구’의 20대 끝자락을 다루며 한 인물의 성장 서사를 따라간다. 익숙한 이름이 주는 반가움 위에 그 시간을 버텨온 청춘의 결을 덧입힌다.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부딪히지만 그만큼 더 현실에 가까운 얼굴로 관객과 마주한다. 

‘배우’를 꿈꾸는 짱구의 모습은 특정 직업군의 이야기를 넘어 무언가를 좇으며 버티는 이들의 얼굴과 겹친다. 끝없이 꺾이면서도 다시 일어나야 하는 순간들, 그 반복 속에서 쌓이는 감정이 공감을 끌어낸다. 짱구뿐 아니라 뚜렷한 목표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청춘의 얼굴,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내는 모습들이 작은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호연을 펼친 배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우·신승호·정수정·조범규. / 바이포엠스튜디오
호연을 펼친 배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우·신승호·정수정·조범규. / 바이포엠스튜디오

짱구와 친구 장재, 룸메이트 동생 깡냉이의 관계는 영화의 가장 큰 동력이다. 서로를 향해 거칠게 툭툭 말을 던지면서도 필요할 때는 자연스럽게 곁을 지키며 진짜 우정의 맛을 보여준다. 특히 셋이 함께하는 장면에서 계산된 웃음이 아니라 상황과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티키타카’가 이어지는데, 그 리얼한 호흡이 영화 전반의 유쾌한 리듬을 완성한다.

영화의 배경인 ‘부산’을 활용하는 방식도 강점이다. 관광지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라 골목과 공기, 사람들의 말투까지 살아 있는 생활 공간으로서의 부산을 담아내 정겨움을 더한다. 부산이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 영화의 정서를 지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아쉬움을 남긴다. 초반 나이트클럽 장면에서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장면이 꽤 길게 펼쳐져 불쾌함을 안긴다.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설정일 수 있으나 이를 웃음의 장치로 소비하는 연출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여주인공 민희의 활용 역시 비슷한 한계를 드러낸다. 민희는 완벽한 외모와 신비로운 분위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 설정이 인물의 입체성으로 확장되지는 않는다. 서사 안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다 특정 이미지로 소비되는 데 그친다. 

배우들은 호연을 펼친다. ‘짱구’ 그 자체인 정우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을 끌어내면서도 그 이면의 감정을 놓치지 않으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는다. ‘발연기’마저 흠잡을 데 없이 소화한다. 장재 역의 신승호, 깡냉이 역의 조범규도 좋다. 안정적인 캐릭터 소화력은 물론, 정우와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를 완성한다. 정수정 역시 캐릭터 자체의 아쉬움과는 별개로 제 몫을 해낸다.

오성호 감독은 “특별한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라 꿈을 향해 버티며 살아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버티는 사람들에게 같은 눈높이에서 건네는 응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러닝타임 95분, 오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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