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답 대신 질문”… ‘감독’ 장동윤의 방식

시사위크
장동윤이 첫 장편 연출작 ‘누룩’으로 관객과 만났다. / BH엔터테인먼트
장동윤이 첫 장편 연출작 ‘누룩’으로 관객과 만났다. / BH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누룩’은 동네 사람들만 아는 소문난 양조장 집 딸이자 막걸리를 사랑하는 열여덟 소녀 다슬(김승윤 분)이 어느 날 막걸리의 맛이 변한 걸 느끼고 그 주재료인 사라진 누룩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2023년 단편 영화 ‘내 귀가 되어줘’로 연출자로서 커리어의 새로운 확장을 꾀한 배우 장동윤이 감독으로서 선보이는 첫 장편 영화로, 앞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제10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주목받았다. 

‘감독’ 장동윤은 이번 작품을 통해 설명 대신 질문을 택했다. ‘이것이 메시지’라고 명확하게 짚어내기보다, 인물의 선택과 집착을 따라가며 관객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도록 여지를 남긴다. 시를 쓰듯 은유와 상징을 끌어와 서사를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삶을 바라보는 감각과 태도를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감독 장동윤’의 방향을 드러낸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장동윤은 “설명하기보다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위안이 되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래서 마음이 단단해지고 따뜻해지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동윤이 연출의 출발을 떠올렸다. / 로드쇼플러스
장동윤이 연출의 출발을 떠올렸다. / 로드쇼플러스

-평소 연출에 관심이 있었나. 그 과정이 궁금하다.

“일단 단편을 연출하고 나서 일종의 성과와 관객을 만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장편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연출에 대한 것은 옛날부터 창작 활동을 좋아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고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배우 생활을 하면서 어느 한순간에 만들어야겠다고 됐다기보다 이 일에 친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 이야기의 출발은 무엇이었나.

“소재 자체는 굉장히 가볍게 시작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떠올렸는데, 과거에 사스를 김치가 예방하는 능력이 있다고 속설이 돌았듯 막걸리가 코로나19를 퇴치하고, 그걸 넘어서서 만병통치약처럼 위대한 막걸리가 탄생하면 어떨까 하는 블랙코미디적 생각으로 소재를 떠올렸다. 그러다 장편을 만들면서 여러 가지 여건을 따졌을 때 큰 규모의 블랙코미디를 추진하기도 힘들었을뿐더러, 아주 재미있고 전문적인 집필을 하는 분과 협력해서 하는 이야기보다 철저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그런 영화가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믿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하게 됐다. 믿음이라는 키워드는 내가 인생을 살면서 겪고 느낀 것들을 주인공이 누룩에 집착하고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에 비유해서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

-‘누룩’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영화에서는 누룩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을 바라보고 믿고 살아가잖나. 그런데 나는 구체적인 물리적인 대상이라기보다 은유나 상징처럼 영화에서 쓰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룩은 가족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무형의 형태를 인간이 믿고 살아가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특히 살아오면서 느낀 어머니에 대한 마음, 그 믿음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 다슬이 누룩에 집착하는 모습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나름대로는 상징을 많이 써서 표현하다 보니 접근하기 모호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누룩 그 자체를 말하는 게 아니거든. 상징적으로 비유했을 뿐이다. 시를 쓸 때 그런 기법을 많이 쓰잖나. 은유적이고 보이지 않는 사랑을 개구리에 비유하기도 하고, 시에 나오는 개구리가 개구리가 아닌 것처럼 ‘왜 개구리를 썼지’ 접근하면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영화를 만들 때 표면적으로 받아들여지게 재미는 영화를 하기보다는 나만 할 수 있는 의미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누룩’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관객에게 잘 전달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나는 이걸 말하고 싶어, 이거야’라고 정확하게 짚어주는 것보다 ‘나는 내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봤어, 이걸 보니까 너넨 어떤 기분이 들어?’라는 질문을 던진 거다. 이렇게 직접 느꼈으면 좋겠다. 나는 영화든 문학작품을 볼 때 취향 없이 모든 장르를 좋아하는데 어떤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내가 생각한 게 맞나’ 하면서 찾아보는 게 재미있다. 직접적으로 너무 이야기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게 되더라. 내가 생각한 의도를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으로 다르게 해석해서 이야기한 분들도 있었는데, 그것도 되게 좋았다. 물론 영화 접근 방식이 나도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아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작품도 시 같은 경우는 해석의 여지가 많고 받아들이기에 따라 다르지 않나. 그런 것들이 매력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영화도 그런 의미가 있어서 지금 이 상황에서 만들 수 있는 의미 있는 좋은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

흥미로운 캐릭터 설정이 돋보이는  ‘누룩’. / 로드쇼플러스​
흥미로운 캐릭터 설정이 돋보이는 ‘누룩’. / 로드쇼플러스​

-막걸리를 좋아하는 여학생이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캐릭터 설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다슬을 이야기하자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로 설정했다. 이 영화가 다큐가 아니기 때문에 허구를 만들어야 하고, 어떤 갈등 요소도 일으켜야 하고 그 갈등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내가 연기를 하고 싶기도 했다. 대학생으로 설정해서 연기할까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감독과 배우를 같이 현장에서 하는 게 힘들 것 같아서 바꾸게 됐다. 그렇게 바꾸면서 이야기를 짜다 보니까 시골의 여자 고등학생이 막걸리를 마시면서 배달도 가는 설정이 소재 측면에서도 참신했고, 오빠와의 갈등을 일으키고 주변 사람들도 의심도 할 수 있고 여러 이야기가 흘러가게끔 만드는 데 있어서 복합적으로 좋게 작용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설정하게 됐다.” 

-아빠 캐릭터는 어떻게 설정했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서로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하는데, 가족들이 보기에도 다슬이 그냥 이상한 사람인 것 같고 외부적으로 창피하기도 한 거다. 기자가 찾아와서 취재하려고 하니까 ‘얘가 그냥 몸이 아파서 그런 거다, 일을 키우지 말라’는 듯이 그 상황을 꺼려한다. 아빠가 다슬에게 말은 위로해 주는 것처럼 하지만 다슬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대사를 구성했다. 약간 철부지로 아버지를 설정했다. 그게 다슬로 하여금 기운 빠지고 힘 빠지고, 가족조차 나를 믿어주지 않고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구나라는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한 사람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사람들이, 심지어 가족도 손가락질하면서 잘못됐다고 응원해 주지 못할 때도 있지 않나.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나.

“배우들이 나에 대한 신뢰가 있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본인들에게 들어야 확실할 것 같긴 한데, 이런 영화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다들 긍정적이었고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었다. 송지혁은 ‘누룩’이라는 아이템을 생각하기 전부터 클라이밍을 같이 하면서 친하게 지냈다. ‘늑대사냥’ 끝나고 나서 그랬다. 평소 소통도 하고 친분도 있고 나에 대한 신뢰도 있는 배우들이라 부탁을 한 거다. 아예 모르는 분에게 부탁하기에는 첫 장편이기도 하고 해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제안했다. 스태프들도 그렇다. 현장에서 만난 스태프들이 그렇게 연결이 돼서 함께하게 된 분들이다. 다들 내가 쉽게 부탁할 수 있고 친하고 큰 규모는 아니지만 열심히 한번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했을 때 함께할 수 있는 분들에게 제안했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영역을 확장한 장동윤. / BH엔터테인먼트
배우에서 감독으로 영역을 확장한 장동윤. / BH엔터테인먼트

-감독으로 경험한 현장은 어땠나. 

“배우와 감독에 대한 역할을 생각해 보면 배우는 감독보다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잖나.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입장이고, 배우는 그걸 주체적으로 따른다기보다 대본을 바탕으로 감독이 원하는 어떤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또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면서 선택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야 하고, 감독도 어떤 측면에서는 선택을 받아야 하지만 주체적으로 추진해야만 작업이 이뤄진다. 글도 쓰고 주변 사람들도 모으고 공모를 해볼 수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배우보다 훨씬 더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선택하고 내가 하겠다는 의지가 엄청 강해야만 만들고 개봉까지 추진될 수 있겠구나를 깨달았다.”

-현장에서 꼭 지키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시간의 효율이 중요했다. 제작 환경에 대한 파악이 돼 있다 보니까 규모 측면에서 더 시간을 타이트하게 써야 하는 상황이라서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는 것을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으로서 욕심이 나니까 스스로 충돌이 있기도 했다.”

-배우로서 이번 경험이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나.

“숲을 보라고 흔히 얘기하지 않나. 제작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경험해 본 거다. 감독이라는 위치는 해설지를 펼쳐놓고 배우들에게 디렉팅을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배우가 대본을 받고 검토하기 훨씬 전부터 기획하고 프리 단계를 거쳐서 이 영화는 어떤 느낌으로, 어떻게 해서 어떤 배우가 어떤 역할을 어떻게 수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해 왔을 것 아닌가. 그러고 나서 모니터를 보면서 배우에게 어떤 요구를 하는 것이고, 표현을 해주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는데 그게 더 와닿게 됐다. 감독의 말을 열심히 잘 들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도 그랬지만 앞으로 더 그렇게 하게 될 것 같다. 몸으로 겪어보니까 그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감독 장동윤의 앞으로 계획도 궁금한데.

“멜로라든지 블랙코미디, 아니면 어떤 사건이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부분이 있어도 내가 매력을 느끼면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만약 다시 연출을 한다면, 그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사람에 대한 이야기여야 할 것 같다. 자연재해라든지 액션이 주가 된다든지 서스펜스, 공포가 중심이 되는 건 내가 재능도 없고 훨씬 잘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고고 늘 하고 싶다. 그 매력을 포착하고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누룩’은 약간 예외적이지만 실제로 있을 법한, 사람들의 삶에 밀접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떠오르면 적어놓기도 하고 그런 게 몇 개는 있는데, 구체적으로 추진할 만큼의 상황은 아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고, 연출은 10년 동안 안 해도 상관없는 거니까 하고 싶을 때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상만 하고 있다.”

-관객이 ‘누룩’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나.

“다슬의 모습에 본인의 모습을 대입해서 보면 좋겠다. 어떤 꿈을 좇아간다거나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에 좌절을 당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가혹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대입해서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실제 관객들 피드백 중에 위안이 되고 함께 슬픔을 공감하면서 봤다는 말이 가장 기분이 좋았다. 뭔가 알 수 없지만 위안이 되고, 알 수 없지만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래서 마음이 단단해지고 따뜻해지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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