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올해 글로벌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 상장이 임박하면서 국내 투자자와 자산운용사들이 우주항공 테마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가운데 과열 우려와 함께 장기 투자 필요성도 동시에 제기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순수 우주 기술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를 신규 상장했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우주 산업과 관련성 높은 미국 상장 기업 10곳에 투자하는 ‘TIGER 미국우주테크’를 출시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상품을 내놓는 것은 스페이스X 상장을 겨냥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미 출시된 상품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우주항공 ETF’는 상장 한 달도 되지 않아 약 2600억원이 유입됐다. ‘TIGER K방산&우주’, ‘1Q 미국우주항공테크’ 등 기존 우주항공 ETF에도 수백억원대 자금이 들어오며 투자 열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자금이 쏠리는 배경에는 오는 6월로 예상되는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장 규모가 약 750억달러(약 1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상장 이후 글로벌 자금 유입과 함께 우주 산업 전반의 기업 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관련 ETF를 통해 선제적으로 투자 기반을 마련한 뒤 상장 직후 스페이스X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발사 서비스 중심의 업스트림뿐 아니라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 등 다운스트림 영역까지 확장되며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주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면서 수익 모델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생 성장 기업 비중이 높은 만큼 단기 수익을 노린 접근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본부장은 “과거 우주 산업은 막대한 비용과 높은 실패 확률로 인해 제약이 큰 분야로 인식됐지만, 스페이스X가 발사체 재사용 등을 통해 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산업 전반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며 “불과 5~6년 전과 비교해도 우주 산업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처럼 단발성 발사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성망을 기반으로 지상에서 지속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제는 ‘우주 산업도 돈이 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에 있어서는 변동성에 대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주 산업 전반의 밸류에이션이 함께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며 “개별 기업들의 주가 역시 이에 연동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주 산업은 아직 반도체나 전통 제조업처럼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자리 잡은 단계는 아니다”라며 “프로젝트 성과나 시장 환경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주 ETF를 둘러싼 상품 구조 논란도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스페이스X를 실제 편입한 것처럼 홍보한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허위·과장 광고 소지가 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ETF는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미국 ETF ‘Baron First Principles ETF(RONB)’ 편입이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관련 수익률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국내 상장 ETF가 비상장사 주식을 직접 편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스페이스X 편입’ 표현이 투자자 오인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 편입 예정 비중도 약 0.3%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하나자산운용은 사과문을 내고 TRS 계약을 철회했다. 하나자산운용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우주 산업 투자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테마 과열에 따른 단기 추종보다는 상품 구조와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한 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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