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흔드는 ‘해임 카드’… 미국 정치권 덮친 수정헌법 제25조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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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을 계기로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요구가 제기되며 ‘대통령 해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을 계기로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요구가 제기되며 ‘대통령 해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 워싱턴=AP/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미국 정치권이 다시 ‘대통령 해임’ 논란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대이란 강경 발언 이후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 대통령 해임 수단인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요구가 분출하면서다. 다만 정작 미국 언론들은 이를 현실적 해임 시도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질 논란을 부각하기 위한 정치적 공세로 보고 있다. 실제 수정헌법 제25조는 얼마나 실현 가능한 카드일까.

◇ 해임보다 무서운 ‘프레임 정치’

논란의 불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발언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을 향해 “한 문명 전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초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미국 민주당 내부에선 대통령의 판단 능력과 직무수행 적합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AP통신은 10일(현지시간)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발언 이후 대통령 해임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같은 날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견제 수단으로 수정헌법 제25조와 전쟁권 제한 결의안을 동시에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민주당이 꺼내 든 수정헌법 제25조는 미국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권한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조항이다. 특히 제4항은 대통령 본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하면 대통령 권한을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탄핵 절차와 달리 행정부 내부 판단으로 절차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비상 권한 정지 장치’로 불린다.

다만 제도적 문턱은 탄핵보다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대통령 직무 불능을 선언하더라도 대통령이 이에 반발하면 최종적으로 상·하원 모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권한 박탈이 유지된다. 일반 탄핵이 하원 과반, 상원 3분의 2 찬성을 요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까다로운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권에서도 수정헌법 제25조는 ‘쉬운 해임 카드’가 아닌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된다.

수정헌법 제25조는 애초부터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제도로 설계된 것은 아니다. 이 조항은 대통령의 사망이나 중병, 정신적·신체적 이상 등으로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이후 권력 승계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논의가 본격화됐고, 이후 1967년 정식 헌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민주당이 이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워싱턴=Xinhua/뉴시스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는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민주당이 이를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워싱턴=Xinhua/뉴시스

게다가 수정헌법 제25조 제4항은 미국 역사상 단 한 차례도 강제 발동된 적이 없다. 다만 대통령이 의료 시술 등을 이유로 일시적으로 권한을 이양한 사례는 존재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5년 수술 당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과 2007년 건강검진 과정에서 각각 부통령에게 일시적으로 권한을 넘긴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대통령 본인의 동의 아래 이뤄진 일시적 권한 이양으로 현재처럼 정치적 논란 속 강제 발동이 거론되는 상황과는 성격이 다르다.

문제는 정치적 현실이다.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의 첫 단계부터 부통령과 내각 과반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탁한 측근들이다.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집단적으로 반기를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민주당의 제25조 거론이 실질적 해임 추진이라기보다 정치적 압박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도 이번 논란을 현실적 해임 시도보다 정치적 프레임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리스크를 부각하고 대통령의 자질 문제를 중도층에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AP통신은 9일(현지시간)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성(dangerous)’과 직무 부적합성(unfit to serve)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이번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 민주당이 실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수정헌법 제25조를 반복적으로 꺼내 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도 발동 여부와 별개로 ‘대통령이 직무 수행에 부적합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론화하는 것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말해 현실적 해임보다 ‘대통령 자질 논란’을 프레임화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 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판단을 단순한 강경 노선이 아닌 ‘위험한 통치 방식’으로 규정하려는 모습이다. 향후 선거 국면에서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수정헌법 제25조 논란은 실제 해임 카드라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공세의 상징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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