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이 한 달을 넘기며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쟁 추경’ 시정연설에서 ‘위기’를 28차례나 언급할 만큼 한국은 에너지 수급 불안과 미국의 동맹 기여 요구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이러한 시국에 대응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호르무즈의 덫, 미국발 중동전쟁과 한국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최종건 교수(전 외교부 1차관),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현일 교수(전 해군참모차장),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 등 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토론회를 개최한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전쟁에 참전 요구를 받았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한 상황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재난을 맞이했다”며 답답함을 전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은 “막힌 길을 뚫어낸다”는 의미의 순우리말 ‘아리아리’를 구호로 외치며 위기 극복에 대한 결의를 보였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질서 교란형 패권’ 전략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최 교수는 트럼프식 외교가 기존의 국제 질서를 흔드는 원인이라 분석하며 △협상을 신뢰가 아닌 압박의 연장으로 활용 △예측 불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자산화 △ 목표는 크게, 작전은 제한적으로 △동맹을 가변적 전투 파트너로 인식 등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서주석 전 차관 역시 협상 중 기습 침공 사례는 도전국이 자행하는 외교적 기만술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 결렬 이전에 진주만 기습 공격을 감행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고, 독일은 서방 국가들과 협상하는 척을 하다 폴란드를 침공했다.
김정섭 수석연구위원은 “강자는 불확실성을 통해 힘이 극대화되지만 일관성이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미국 외교의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 금융 시장도 전쟁 초기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반응하지 않는 현상이 그 증거다.
또한 이번 전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상황에 따라 묶고 풀 수 있는 전투 파트너로 인식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가 전쟁 목표의 불분명성을 이유로 거리를 두자, 나토(NATO) 탈퇴 위협 등 노골적인 압박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김현일 교수는 “집권 2기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즉흥적 외교 행태가 더 심해졌고 베네수엘라 작전 성공으로 고양된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 각료의 충성 경쟁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이란의 미 해군 무인기 격추 사건 당시 대응에 비춰볼 때 행정부 내부의 견제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당시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가 공격 개시 전 철회했는데 행정부 내 ‘어른들의 축’이 견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헤그세스 전쟁부장관 등 충성파 일색 내각에서는 이러한 견제 기능이 상실됐다. 더불어 지지율 하락과 전쟁 반대 여론이 급증해도 굳건한 MAGA 진영의 지지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관성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에 참석자 모두가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김 교수는 “한미동맹의 제도적 기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모범동맹’으로 평가받으려는 부담에서 벗어나 국익과 동맹 역할의 조화에 주력하는 실용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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