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3개월치의 원료의약품과 포장 자재 등을 비축하고 있어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전쟁이 길어질 경우 공급망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을 것”이라며 전쟁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필수 의료용품 수급 불안 사태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공급망 전반에 부담이 커졌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나프타 가격도 이달 들어 20%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해상·항공 운임이 15~20% 오르면서 원료 수입과 완제품 수출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나고, 원료·포장재·물류 전반의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구조적인 취약성도 부담 요인이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3년 기준 25.6%에 그치고, 석유화학 원료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다.
기업들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유한양행은 원료의약품뿐 아니라 수급 차질이 예상되는 포장 자재까지 포함해 2~3개월 치 물량을 확보했다. 동아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역시 주요 품목의 선발주 물량을 확대하며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현재까지는 재고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비용 부담이나 실적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이라며 “공급망 불안에 대비해 선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문은 나프타의 수급 불안이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의약품 용기와 비닐 소재 전반에 사용된다. 수액백은 폴리에틸렌(PE) 등 에틸렌 기반 소재로 만들어지며, 이 에틸렌의 핵심 원료가 나프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현장 점검과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JW중외제약을 방문해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와 함께 수액제 공급업체 및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HK이노엔, JW중외제약, 녹십자MS, 대한약품공업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소량포장 의무 완화 등 규제 개선을 신속 추진하는 한편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보완할 재정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수액을 공급하는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일정 수준의 재고가 확보돼 단기적인 공급 차질은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오유경 식약처장은 “수액제는 환자의 생명 유지와 직결되는 필수의약품”이라며 “관계부처와 협력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유지하고 필요한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비용 절감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차량 10부제, 조명 소등, 주차타워 운영 축소 등 전사적인 에너지 절감 조치를 시행 중이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 역시 전력 사용 최소화와 설비 운영 효율화를 통해 비용 관리에 나섰고, 대웅제약은 유연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원료 의약품 가격 상승과 품절 가능성을 고려해 실적 달성을 위해 관행적으로 해 오던 병원·약국 대상 저가 강매나 밀어 넣기 영업 방식을 금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사업 환경에도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중동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법인에서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 중이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주재원과 현지 인력을 중심으로 안전 확보와 사업 연속성 관리에 나선 상태”라고 전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서 원료와 포장재, 물류비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속한 안정화를 기대하면서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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