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닻 올린 완성차勞 ‘춘투’…“로봇발 구조조정 우려” 정부 대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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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공급망-일자리 보호 노정 및 노사정 협의체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금속노조 관계자들. /심지원 기자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완성차 노조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인공지능(AI)·로봇 확산에 따른 국내 생산 감소와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자동차산업 공급망-일자리 보호 노정 및 노사정 협의체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전환기 산업 정책 마련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이종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은 일자리 보호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지부장은 “올 초 현대차는 ‘아틀라스’라는 AI 피지컬 로봇을 2028년부터 부품 서열 작업, 2030년 자동차 조립 작업에 투입해 인간을 대체하고, 24시간 7일 가동되는 무인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이 같은 현대차의 미래 계획에는 로봇과 자동화만 있을 뿐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봇은 인간 숙련을 데이터화해 학습하는 구조인 만큼 도입 역시 인간 노동과 숙련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전환 과정에서 이익 배분과 일자리 확대 방안을 논의할 노정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로봇 도입은 완성차보다 중소 부품사의 단순 공정부터 진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산업 재편 과정에서는 취약 노동자의 고용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휴머노이드와 관련해선 “현장 노동자의 불안을 키우고 있고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며 “다만 현재 기술 수준은 부품 이송 등 제한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생산 공정에 본격 투입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공급망-일자리 보호 노정 및 노사정 협의체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종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심지원 기자

이어 강성호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은 고용 보장과 정년 연장,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10년간 조합원이 7018명 감소했고, 5년간 6011명이 퇴직했지만 신규 채용은 1728명에 그쳤다”며 “충원율은 28%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년 연장이 신규 채용을 막는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며 “정규직 대신 베테랑·산학인턴 등 비정규 형태 인력으로 대체되면서 또 다른 불안정 고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재 기아 생산라인에는 베테랑 2388명, 산학인턴 1194명 등 총 3582명이 투입된 상태다.

장시간 노동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제조업 노동자들은 연간 평균 203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며 “기아 조합원 역시 월 4회 특근 등으로 사실상 주말이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격주 금요일 휴무제 도입 등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입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은 중견 완성차 기업의 국내 생산 유지·확대를 위한 정부 역할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미래차·디지털·AI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있지만, 이는 노동자에게 기회가 아닌 현실적인 일자리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GM과 같은 중견 완성차 기업은 글로벌 본사의 전략에 따라 생산 축소나 철수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며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 역시 물량 확보 경쟁에 내몰린 상황으로, 중견 완성차 전반이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는 단순 지원을 넘어 국내 생산 유지와 고용 보장을 전제로 한 산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외국인 자본의 일방적 구조조정과 철수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와 함께, 완성차를 넘어 부품사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반의 일자리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공급망-일자리보호’ 기자회견에서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왼쪽)이 노정 협의 요구서를 전달하고 있다. /심지원 기자

이날 노조 측은 또 △수출 물량을 포함한 완성차 국내 생산 지원책 마련 △완성차의 국내 생산 부품 사용 촉진 제도 도입 △국내 생산 부품을 사용한 완성차 구매 시 소비자 지원 확대 △산업은행 지분을 활용한 글로벌 완성차 자본의 국내 생산 계획 개입 △중견 3사 및 상용 완성차 업체의 생산 확대를 위한 정책 시행 등을 요구를 담은 노정협의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이와함께 부품사의 불공정 거래 구조 개선을 위해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2024년부터 시행 중인 ‘납품단가 연동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할 경우 납품대금을 자동 조정해 하도급 업체에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전환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원청과 부품사를 넘어 사내용역 등 간접고용까지 노동자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단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연구원의 ‘고용영향 사전평가 2025 AI·디지털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자율 이족보행 로봇의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BMW의 경우 오픈AI와 공동 개발한 LLM 기반 로봇 ‘피규어 02’를 현장에서 실험 운영 중이다. 이 로봇은 인간의 지시를 스스로 해석해 부품을 정리하고 협업한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자사 공장에 투입하며 인간 노동력 대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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