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미행사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조는 국민연금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대해 표를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MBK파트너스 측의 이사회 진입을 사실상 열어주는 결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고려아연노동조합은 20일 성명서를 내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미행사 결정을 두고 “비겁하고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국민연금이 국가기간산업과 고용 안정보다 투기자본의 경영권 진입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노조는 MBK파트너스를 겨냥해 “홈플러스 사례에서 보듯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노동자를 내몬 전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고려아연 역시 같은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또 국민연금이 내세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라는 판단 기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4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해온 고려아연 경영진의 성과는 외면한 채, 결과적으로 MBK 측에 유리한 판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기술 유출과 고용 불안 우려도 함께 꺼냈다. 노조는 고려아연을 미래 산업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며, MBK 측이 경영에 관여할 경우 기술 유출과 산업 생태계 훼손, 고용 불안이 뒤따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아울러 국민연금과 정부, MBK·영풍 측에 대한 요구사항도 함께 제시했다. 국민연금에는 의결권 미행사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정부에는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치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MBK와 영풍을 향해서는 고려아연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 주주총회 과정에서 회사 경영권이 흔들릴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9일 제5차 회의를 열고 고려아연 등 13개사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24일 열리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황덕남·박병욱 이사 후보 선임안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고, 김보영·이민호 감사위원 후보 선임안에는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영풍·MBK 측은 국민연금의 결정이 형식상 ‘미행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최윤범 회장 체제에 신뢰를 부여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연금이 회사 측 후보 누구에게도 찬성표를 행사하지 않은 반면, 영풍·MBK 측 후보 3명에 대해서는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영풍 측은 또 국민연금이 회사 추천 감사위원 후보 2명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힌 점을 들어, 고려아연 이사회와 감사기구의 감시·견제 기능 전반에 대한 문제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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