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이 품은 ‘항노화’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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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연구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멸종위기종’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자연 환경에서 강력한 세포 노화의 저항력을 보이는 멸종위기 생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의 보호와 연구자원 확보라는 상충된 입장은 연구자들에겐 딜레마로 다가올 수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노화 연구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멸종위기종’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자연 환경에서 강력한 세포 노화의 저항력을 보이는 멸종위기 생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의 보호와 연구자원 확보라는 상충된 입장은 연구자들에겐 딜레마로 다가올 수 있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모든 생물은 늙는다. 생물의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며 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외선, 활성산소, 화학물질 등에 노출돼 서서히 손상된다. 또한 염색체의 ‘텔로미어(Telomere)’는 세포 분열마다 길이가 짧아져 최종적으론 사멸한다. 이것이 ‘노화(老化)’다.

노화는 최종적으로 ‘죽음’과 연결된다. 인간의 삶에 있어 최종 종착지이자 가장 두려운 존재기도 하다. 전 세계 생명과학분야 전문가들이 노화를 최대한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때 노화 연구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멸종위기종’들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자연 환경에서 강력한 세포 노화의 저항력을 보이는 멸종위기 생물들이 존재해서다. 과학자들 사이에선 멸종위기종의 연구와 보호가 곧 미래 노화 연구의 비밀을 풀 열쇠가 될 것이란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 북극의 상어가 지닌 ‘400년 장수’의 비결

이미 많은 과학자들은 멸종위기종에서 노화 관련 연구 성과를 얻고 있다.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종은 ‘상어’다. 그중에서도 ‘그린란드상어(Somniosus microcephalus)’가 항노화 연구의 핵심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린란드상어는 돔발상어목 잠상어과에 속하며 이름처럼 추운 지역인 그린란드 북극해 지역에서 서식한다.

그린란드상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포식성 상어다. 물고기와 갑각류부터 바다표범, 돌고래에 이르는 대형 해양포유류도 사냥한다. 심지어 북극곰을 잡아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선 ‘야생에서 절멸 위험성이 있는 상태’인 ‘취약(Vulneable:VU)’ 등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그린란드상어는 역설적이게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생물 중 하나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그린란드상어의 평균 수명은 400년 이상이다. 최대 수명은 500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척추동물 중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이다. 말 그대로 노화에 정면으로 맞선 생물이라 볼 수 있다.

그린란드상어의 평균 수명은 400년 이상이다. 최대 수명은 500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엄청난 장수 능력은 가진 그린란드상어는 여러 항노화 관련 정보를 품고 있다./ 뉴시스
그린란드상어의 평균 수명은 400년 이상이다. 최대 수명은 500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엄청난 장수 능력은 가진 그린란드상어는 여러 항노화 관련 정보를 품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특성 덕분에 그린란드상어의 세포는 여러 항노화 관련 정보를 품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 바젤대 환경과학부 동물학연구팀이 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그린란드상어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눈의 망막 퇴화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100년 이상된 그린란드상어의 사체에서 눈 조직을 확보한 후, 시각 세포 단백질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노화조직에서 나타나는 DNA 단편화(fragmentation)신호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막대세포 광변환(Rod phototransduction)도 정상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는 눈의 망막이 정상적으로 빛에 반응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가장 긴 수명을 가진 그린란드상어는 가혹한 환경 조건과 각막 기생충 감염때문에 시력이 손상되거나 퇴화됐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이 상어의 망막에서는 DNA 복구 관련 유전자들이 강력한 발현을 해 굉장히 긴 수명 동안 안정적 시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서도 멸종위기종 상어를 기반으로 한 노화 억제 기술 연구 성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성과는 미국의 신약개발 스타트업 ‘바즈 테라퓨틱스(Baz Therapeutics, Inc.)’의 ‘돔발상어(Spiny dogfish, 학명: Squalus acanthias)’ 관련 연구가 있다.

바즈 테라퓨틱스 연구팀이 연구를 진행한 돔발상어는 앞서 설명한 그린란드상어와 친척이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초대형 포식자였던 그린란드상어와 달리 몸길이는 60~100cm 정도다. 하지만 최소 100년 이상의 수명으로 장수하는 동물 중 하나로 꼽힌다. 멸종위기등급도 그린란드상어와 동일한 VU등급이다.

연구진은 이 돔발상어의 간에서 ‘아미노스테롤(aminosterol)’ 물질을 발견했다. 그 다음, 이 물질의 기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미노스테롤이 돔발상어의 선천면역 체계에서 작용하는 항균·항기생충 물질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알츠하이머 등 신경성 퇴행성 질환을 발생시키는 단백질 축적 완화 가능성도 발견했다.

바즈 테라퓨틱스 연구진은 “돔발상어에서 추출한 아메노스테롤은 인체의 다양한 노화 관련 질환에 유익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향후 잠재적인 항노화 약물 물질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멸종위기종을 활용한 항노화 물질 연구에 대해 우려섞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자칫 신약개발 및 경제적 이익을 위해 멸종위기종의 불법 포획·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북부흰코뿔소의 뿔이 비싼 약재로 팔리면서 밀렵이 자행됐다. 그 결과, 북부흰코뿔소는 사실상 멸종되고 말았다./ AP뉴시스
일각에서는 멸종위기종을 활용한 항노화 물질 연구에 대해 우려섞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자칫 신약개발 및 경제적 이익을 위해 멸종위기종의 불법 포획·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북부흰코뿔소의 뿔이 비싼 약재로 팔리면서 밀렵이 자행됐다. 그 결과, 북부흰코뿔소는 사실상 멸종되고 말았다./ AP뉴시스

◇ 보호와 연구 사이의 간극, “생체 메커니즘 모방 기술 필요”

다만 일각에서는 멸종위기종을 활용한 항노화 물질 연구에 대해 우려섞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자칫 신약개발 및 경제적 이익을 위해 멸종위기종의 불법 포획·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북부흰코뿔소 멸종을 불러온 원인 역시 ‘의약품’ 때문이었다. 1900년대 코뿔소의 뿔이 류머티즘, 해열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코뿔소의 뿔은 당시 1kg에 약 5만4,000달러(약 8,000만원) 수준의 고가로 판매됐다. 이에 대규모로 아프리카 지역에선 뿔을 얻기 위한 불법 포획이 자행됐다. 그 결과, 북부흰코뿔소는 사실상 멸종되고 말았다.

또한 멸종취약종으로 분류되는 ‘투구게’도 고통받고 있다. 투구게의 파란 피는 ‘LAL(Limulus Amebocyte Lysate)’이라는 성분이 있다. 이 성분은 세균 독소와 반응하면 젤리처럼 응고된다. 때문에 백신·주사제 등 약물의 오염 여부 검사에 필수적이다. 

이 혈액을 얻기 위해 야생 투구게를 포획한 후 채취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투구게가 폐사한다. 미국노워크해양센터(Maritime Aquarium at Norwalk) 연구팀은 미국 롱아일랜드사운드 지역의 대서양 투구게 개체 수 변화 분석을 위해 22~46년간 측정된 6개 데이터셋을 통합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지역에서 투구게 개체 수가 매년 2~9% 감소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멸종취약종으로 분류되는 ‘투구게’도 고통받고 있다. 투구게의 파란 피는 ‘LAL(Limulus Amebocyte Lysate)’이라는 성분이 있다. 이 성분은 세균 독소와 반응하면 젤리처럼 응고된다. 때문에 백신·주사제 등 약물의 오염 여부 검사에 필수적이다. 사진은 투구게의 피를 채취하는 모습./Defenders of Wildlife
멸종취약종으로 분류되는 ‘투구게’도 고통받고 있다. 투구게의 파란 피는 ‘LAL(Limulus Amebocyte Lysate)’이라는 성분이 있다. 이 성분은 세균 독소와 반응하면 젤리처럼 응고된다. 때문에 백신·주사제 등 약물의 오염 여부 검사에 필수적이다. 사진은 투구게의 피를 채취하는 모습./Defenders of Wildlife

물론 멸종위기종이 가진 항노화 및 신약 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들 종을 직접 활용하기보단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모사·재현할 수 있는 대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핬다.

이와 관련한 연구는 이미 글로벌 생물학계에서 발 빠르게 이뤄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상어의 간에서 추출하는 ‘스쿠알렌(Squalene)’이 있다. 중국 톈진과학기술대학교(TUST) 생명공학부 연구팀은 2024년 폐식용유에서 스쿠알렌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이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 면역 조절 등 기능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백신의 핵심 성분이기도 하다.

TUST 연구진은 “2005년부터 해양 동물 보호 노력의 일환으로 상어 간에서 스쿠알렌을 채취하는 대신 식물 추출법 연구가 세계적으로 이뤄졌다”며 “하지만 유기 용매의 과다 사용과 식물 내 스쿠알렌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문제에 직면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미생물을 활용, 폐식용유를 사용해 스쿠알렌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며 “이는 보다 환경 친화적이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방식으로 스쿠알렌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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