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그간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 개정(개헌)을 최대 중점 과제로 두고 ‘6·3 지방선거’와 개헌의 동시 투표를 추진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개헌 추진에 힘을 실으면서 논의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우 의장을 비롯한 여야 6개 정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개헌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특히 보수 계열인 개혁신당도 동참 의사를 밝히며 힘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진행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국회 본회의에서 개헌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국민의힘에서 10명 이상의 찬성자가 나와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개헌에 대해 ‘졸속 추진’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도 개헌 추진에 대해선 찬성 입장이지만,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고 당내 의원 일각에선 개헌 범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 국힘 제외 원내 정당 ‘개헌 찬성’
개헌은 우 의장이 추진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단계적 개헌’에 힘을 실으면서 논의가 본격화했다. 전날(19일) 우 의장은 원내 정당을 만나 개헌안 공동 발의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야 6개 정당은 개헌 추진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우 의장은 “국회가 이번에도 결단하지 못한다면, 개헌은 또다시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한 조항, 한 줄이라도 바꾸는 것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단계적 개헌 의지를 강조했다.
현재 이 대통령과 우 의장, 6개 원내 정당이 찬성 입장을 밝힌 개헌안 내용은 △비상계엄 요건 강화 △5·18 민주화운동 및 부마 민주항쟁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국가균형발전 원칙 강화 등이다.
특히 이번 단계적 개헌 추진에 보수 계열인 개혁신당도 찬성 입장을 보이며 힘을 실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우 의장께서 제안한 내용은 권력 구조 등 민감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며 “야당도 충분히 논의하고 참여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 의장이 제시한 개헌안 발의 시한은 내달 7일까지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기 위해선 최소 지방선거 57일 전에는 개헌안을 발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개헌안을 공고한 뒤 최소 20일 이상이 지나야 한다. 또 공고된 개헌안은 6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의결(재적 3분의 2 찬성)을 거쳐야 하고 이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진행해야 하는 일정 등을 계산한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5월 11일까지 국회 의결을 마쳐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거인 명부 및 투표인 명부 작성 등 제반 준비 사항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한 것이다.
◇ 관건은 ‘국힘 10석’… 민주당서도 “시간 촉박”
이처럼 개헌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한 최대 관건은 국민의힘에서 최소 10명 이상의 찬성자가 나오느냐가 될 전망이다. 6개 정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본회의에서 의결되기 위해선 197명의 의결 정족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르면, 개헌에 대한 본회의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이다. 현재 재적 의원은 295명으로,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19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 등 6개 정당 소속 의원과 무소속 의원을 모두 더해도 188명에 그친다. 또 민주당 소속이던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현재 구속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서 10명의 찬성자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에 대해 ‘졸속 추진’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탈표가 공개적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제시하는 개헌 방향을 보면 핵심 과제는 빠져 있다”며 “국민이 요구하는 개헌 우선순위와 국회의장이 추진하려는 개헌 사이에 분명한 괴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 과제도 아닌 내용으로, 일부만 떼어내어 먼저 처리하겠다는 것은 국민적 요구에 기반한 개헌이 아닌, 우 의장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선택형 개헌’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 정책위의장은 “개헌은 서둘러 졸속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개헌 논의는 필요하다면 지방선거 이후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차분하고 책임 있게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개헌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두고 천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에 나와 “(국민의힘이) 개헌 내용에 크게 반대하는 거는 아닌 것 같은데, 지방선거랑 개헌을 같이하게 되면 민주당 주도 아젠다에 끌려간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상황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한 설득을 한 후 오는 30일 개헌안에 대한 당론 처리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안 작성과 발의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최대한 국민의힘 설득 작업을 하고, 30일에 향후 어떻게 당론으로 처리할 것인지 등을 정리해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시사위크>와 만나 “개헌 관련해서 현황 공유를 해야 하는데 그동안 (의총에서 공유를) 한 적이 없었다”며 “시간이 촉박하고 의장님이 정해놓은 바운더리(경계) 내에서 이해를 구하고 같이 가도록 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개헌 논의를 하는 의총이 이날 처음 열린 만큼, 소속 의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이 의원은 우 의장이 제안한 개헌안 범위를 두고 당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내에선 개헌에 찬성한다는 입장이 처음으로 나오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마민주항쟁 정신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계엄에 대한 국회 사후 승인권, 국가균형발전을 지방자치의 장에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바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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