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동의 불길, 작은 것들은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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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전쟁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이란의 결사 항전으로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하던 ‘속전속결’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전쟁 장기화 조짐에 세계 경제도 휘청인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한 유가 폭등, 무역 차질은 전 산업 분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전쟁의 여파가 ‘인간 사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중동 일대에 발생한 대규모 공습과 유류 시설 파괴는 주변 지역의 환경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는 대기와 해양오염을 동시에 유발하고 있다. 또한 인근 자연 생태계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훼손시키고 있다.

현재 우려처럼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실제로 국제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약 3,300만톤 수준에 이른다. 2년 3개월의 전쟁 기간 동안 102개 국가 연간 배출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이다.

온실가스뿐만이 아니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환경 파괴는 생태계 파괴를 가속, 이미 취약한 멸종위기종들의 생존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 ‘페르시아다마사슴(Dama mesopotamica)’과 ‘아시아치타(Acinonyx jubatus venaticus)’ 같은 이란 인근 지역에서만 생존해 있는 멸종위기종들의 안녕도 보장할 수 없다.

설사 전쟁이 끝난다 해도 그 후유증은 상당 시간 지속될 듯하다. 땅을 뒤덮은 폭약과 잿더미, 독성물질은 상처의 흉터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GEOMAR 헬름홀츠 해양연구소(Helmholtz Centre for Ocean Research Kiel)’에 따르면 110년이 넘은 세계 1차대전 당시 발생한 불발탄이 여전히 인근 해역과 땅에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고 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세계가 흔들리는데 기후변화와 멸종위기종을 신경 쓸 겨를이 있냐고 말이다. 기자 역시 이 말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냉정한 시각에서 이 문제는 당장 눈앞의 인명 피해보다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선택적 중요함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예외’가 돼선 안 될 것이다. 전쟁의 참상때문에 외면했던 작은 부수적 피해가 미래연구학자들이 말하는 극단적 미래사건, 즉 ‘X-이벤트(event)’로 이어질 경우, 어떤 사회적 혼란으로 다가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군사적·외교적 손익 계산을 넘어, 이 전쟁이 남길 ‘환경적 부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전쟁이 청구하는 영수증은 우리의 생각보다 조금 더 복잡할 것이다. 중동에 번진 불길이 덮어버린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상상보다 훨씬 클 것이며 우리가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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