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결국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마주하게 됐다. 지난해 이뤄진 현장검사 결과 665만 건에 달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이 드러나 368억원의 과태료 등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 것이다. 이번 중징계 뿐 아니라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에 따른 조치와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있어 험로가 지속될 전망이다.
◇ 역대 가장 강력한 ‘중징계’… “법 준수 의지 미흡” 지적도
금융위원회는 17일 빗썸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및 그에 따른 조치 통보 사실을 발표했다. 전날 개최된 금융정보분석원(FIU)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제재 수위 등이 결정되면서다.
FIU는 지난해 4월 중순부터 한 달여에 걸쳐 빗썸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무려 665만 건에 달하는 특금법 위반 사항이 드러났다.
먼저, 빗썸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금법 제7조에 따른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18개사와 총 4만5,772건의 가상자산 이전 거래를 지원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빗썸은 FIU가 여러 차례에 걸쳐 요청 및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차단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FIU는 빗썸의 법 준수 의지가 상당히 미흡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빗썸은 특금법상 고객확인의무와 거래제한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대거 드러났다. 특금법은 자금세탁 등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고객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실제 명의와 주소, 연락처, 업종 그리고 실제 소유자 및 금융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고객확인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고객의 거래를 허용하지 않도록 하는 거래제한의무도 명시돼있다.
하지만 빗썸은 초점이 맞지 않거나 일부 정보가 가려진 실명확인증표를 징구해 고객확인을 완료 처리하는 등 고객확인의무 위반 건수가 355만 건에 달했고, 거래제한의무 위반도 304만 건이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고객확인 과정에서 징구한 실명확인증표 사본을 보관하고 있지 않는 등 자료보존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1만6,000건 확인됐다.
이에 FIU는 빗썸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앞서 제재 사전통지 소식이 전해졌던 영업일부정지 6개월 처분과 함께 총 368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대표이사에 대‘문책경고’, 보고책임자 ‘정직 6월’ 등의 신분 제재도 결정했다.
이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에 해당한다. 앞서 같은 조사를 통해 860만 건의 특금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해 12월, 3개월의 영업일부정지와 총 352억원의 과태료, 대표이사 ‘문책경고’, 준법감시인 면직 등 관련 임직원 9명 신분 제재 등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다만, 두나무는 이러한 제재 조치가 과도하다며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은 올해 초 기관경고와 과태료 27억원, 대표이사 ‘주의’, 보고책임자 ‘견책’ 등의 제재 조치를 받았다.
특금법 위반 건수가 훨씬 더 많은 두나무에 비해 빗썸이 더 강력한 제재를 받은 이유는 미신고 가상자산거래소와의 거래금지 의무를 다수 위반한 점과 법 준수 의지가 상당히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빗썸 측은 입장문을 통해 “당국의 제재 결정을 존중하며, 지적된 사항들을 개선해 안전한 거래환경 조성과 함께 이용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제재 조치 관련 내용들을 신중히 검토해 이후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현실화한 빗썸은 또 다른 민감한 현안도 산적해 있다. 우선, 지난달 발생한 이벤트 보상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현장검사를 마무리하고 제재 수위 검토에 돌입한 상태다. 오지급 규모가 60조원에 이른데다 사안의 성격 및 파문을 고려했을 때 상당한 수준의 제재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빗썸은 지난해 11월 이벤트 보상 관련 공지를 변경한 것을 두고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기도 했다.
한편, 빗썸은 당초 지난해 업계 최초로 추진할 계획이었던 상장을 올해로 미뤄둔 상태다. 하지만 최근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상장을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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