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유통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며 ‘데이터 미디어 플랫폼’으로 본격 전환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기업들은 디지털 사이니지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고도화된 RMN(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RMN은 유통사가 보유한 결제 이력과 방문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광고 자산으로 활용해 구매 전환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과거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실시간으로 고객을 식별해 ‘누가 어떤 상품에 관심을 가질지’ 분석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GS리테일은 현재 전국 5000여개 매장에서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한 ‘인스토어 미디어’를 운영 중이다. 이 중 100여개 매장에는 AI 카메라를 도입, 방문객의 성별, 연령, 행동 패턴을 정밀 분석한다. 광고주는 이 데이터를 통해 광고 노출 효과와 매출 변화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기준, 미디어 노출 행사 상품 판매량은 평소보다 최대 2.5배까지 급증했다.

세븐일레븐도 최근 신상품전시회에서 AI 카메라 기반 RMN 광고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매장을 방문한 20대 남성에게는 에너지 음료나 간편식을, 40대 여성에게는 가정간편식(HMR) 할인 정보를 즉각 노출하는 식이다.
이윤호 코리아세븐 DT혁신팀장은 “포스 화면 등과 연계해 고객 체류 시간이 긴 계산대 주변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 때 보여주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전국 매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RMN 시장의 주도권 다툼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롯데그룹은 40여개 계열사의 온·오프라인 광고 채널을 통합한 ‘롯데 RMN 플랫폼’을 가동하며, 백화점·마트 매장 내 사이니지부터 앱까지 아우르는 단일 광고 생태계를 구축했다. 통합 광고 솔루션을 활용해 수익 다변화를 추진한다.
현대백화점은 전담 조직(TF)을 두고 1500만명 H포인트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백화점 앱과 매장 내 대형 사이니지, 키오스크를 연계해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RMN 모델을 정교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도 올해 RMN 사업을 확대하며 광고·데이터 기반 신규 수익 모델을 강화했다. 가격 경쟁력과 오프라인 집객력을 기반으로 옴니미디어 솔루션을 구축하고, 광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CJ올리브영은 전국 1300여개 매장을 기반으로 RMN 사업을 확장한 데 이어, 최근 옥외광고업 등록을 마치며 매장 밖으로까지 광고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커머스 강자 쿠팡은 AI 추천 광고와 검색 광고를 결합한 ‘쿠팡 애즈’를 통해 이미 수천억 원대의 광고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가 RMN에 열광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수익성 때문이다. 전통적인 유통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2% 수준인 것에 비해, 광고 사업은 물류나 재고 부담 없이 40~80%에 달하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강화로 기존 ‘쿠키’ 기반 광고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확실한 구매 데이터를 보유한 RMN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시장의 성공 사례는 이러한 변화에 강력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아마존의 2025년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686억달러(약 100조원)로, 코카콜라의 연 매출 규모를 넘어섰다. 월마트의 광고 사업인 ‘월마트 커넥트’ 또한 연 40% 안팎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지난해에만 64억달러(약 9조4000억원) 광고 수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RMN 경쟁의 승부처가 얼마나 정교하게 데이터를 고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단순한 ‘클릭’이 아닌 실제 ‘결제’로 직결되는 유통사의 광고판에 마케팅 예산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프라인 광고는 효과 측정이 불투명했지만, 이제는 AI를 통해 어떤 광고가 실제 구매로 이어졌는지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다”며 “결국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한 유통사가 향후 브랜드 광고 예산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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