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이광희 SC제일은행장 취임 첫해, 은행 순이익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순이익의 약 90%(1250억원)에 육박하는 배당이 책정되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배당금 전액이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 본사로 이전되는 구조인 만큼 국내에서 벌어들인 순익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은행 특성상 수익성과 배당 여력이 최고경영자(CEO) 평가의 핵심 지표로 작용하는 만큼, 이 행장 역시 본사 배당 정책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15억원으로 전년(3311억원) 대비 57.2% 감소했다. 순익은 2022년(3901억원)을 정점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특별퇴직 비용 880억원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 관련 충당금 1510억원이 반영되면서 실적 감소 폭도 크게 확대됐다. SC제일은행의 연간 순익이 1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은 약 2500억원 규모의 특별퇴직 비용이 반영됐던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본업 수익성도 둔화됐다. 지난해 이자이익은 1조2076억원으로 전년(1조2321억원) 대비 약 2% 감소했다. 총여신이 증가했음에도 순이자마진(NIM)이 0.16%포인트 하락하며 수익성도 떨어졌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SC제일은행의 원화대출 가운데 가계대출 비중은 약 65%로 시중은행 대비 높은 편이다. 대출 총량 관리 속에서 영업이 위축되며 이자이익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비이자이익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3112억원으로 전년(3383억원) 대비 약 8% 줄었다. 자산관리(WM) 부문 실적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4분기 고환율 영향으로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상품 관련 이익이 감소한 탓이다.
문제는 실적 감소에도 고배당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SC제일은행은 올해 약 125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년(2320억원) 대비 배당 총액은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2024년 70.1%에서 2025년 88.3%로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배당이 확정될 경우 배당금 전액은 지분 100%를 보유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 본사로 이전된다. 결국 국내에서 벌어들인 순익 대부분이 배당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최근 5년간 SC제일은행의 배당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배당액은 △2020년 490억원 △2021년 800억원 △2022년 1600억원 △2023년 2500억원 △2024년 2320억원으로 집계됐다. 5년 사이 약 4.7배 증가했다.
이 기간 배당성향은 △19.1% △62.5% △41% △71.3% △70.1% △88.3%로 최근 들어 상승 흐름이 뚜렷해졌다. 2020년 배당성향이 낮았던 것은 코로나19 당시 금융당국이 순이익 대비 배당을 20% 이내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 배당 여력 이광희 행장 연임 좌우…SC "韓 비중 큰 매우 중요한 시장"
이 같은 배당 추이는 외국계 은행 특유의 경영 평가 방식과도 무관치 않다. SC제일은행은 외국계 은행이라는 점에서 수익성과 배당 여력이 최고경영자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통상 은행장 취임 첫해 성적표가 향후 연임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도 지난해 배당 확대 배경으로 거론된다.
2025년 1월 취임한 이광희 SC제일은행장은 고액자산가 중심 자산관리(WM) 사업 고도화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업금융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수익 기반 강화에 집중해 왔다. 강남과 압구정동 PB센터를 비롯해 자산관리 영업망을 확대하며 고액 자산가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을 강화하겠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수익성과 배당 중심의 경영 기조 속에서 SC제일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가 벤처·스타트업 투자 확대 등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주요 금융지주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 달리 SC제일은행은 이렇다할 관련 정책을 내고 있지 않다.
사회공헌 지출도 감소했다. 은행연합회의 ‘2024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사회공헌비는 2024년 약 117억원으로 전년(162억원) 대비 28% 줄었다. 이는 당해 순이익의 약 3.4% 수준이다. 순익 급감에 지난해 사회공헌 지출은 이보다 더 감소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SC제일은행은 홍콩 ELS 불완전판매 논란 속 주요 판매 은행으로는 이름을 올렸다.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상품을 판매했으며 당초 최대 1540억원 수준의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과징금 감경 결정에 9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디에고 디 조르지 SC그룹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해 신년 타운홀에 참석해 “한국은 SC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새로운 은행장의 리더십 아래 수익성과 경쟁력을 갖춘 은행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순익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배당 중심 구조가 유지되는 점을 두고 ‘한국 시장을 안정적인 이익 회수 창구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마이데일리>는 SC제일은행의 배당안 작성 기준과 향후 생산적 금융 대응 등을 확인하기 위해 회사 측에 문의했지만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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