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패러다임 바뀌나… 국회서 ‘기후적응법’ 논의

시사위크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방향과 입법 과제를 논의했다. / 사진=김두완 기자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방향과 입법 과제를 논의했다. /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이제 기후적응 시대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기존 기후정책 틀을 넘어 ‘적응’을 별도의 정책 축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왔다. 기후위기를 막는 것만큼이나 이미 발생하고 있는 피해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 폭염·집중호우 일상화… 대응 넘어 적응으로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 과제 토론회’를 열고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방향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안’을 계기로 기후정책의 사각지대를 점검하자는 취지다.

기후정책은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 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막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그러나 폭염과 집중호우, 한파 같은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피해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라는 질문이 정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발제를 맡은 신지영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기후적응정책실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이미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 적응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기후위기의 충격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은 건설·물류 등 야외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집중호우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생계를 흔든다. 농업과 어업 역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같은 재난이라도 피해가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더 크게 집중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감축과 적응이라는 두 축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를 늦추는 정책과 동시에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축이 장기적인 해결책이라면 적응은 이미 발생하고 있는 위험을 관리하는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 과제 토론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응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적응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 과제 토론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응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발제에 이어 토론에서는 기후적응 정책의 핵심 수단 중 하나로 ‘기후보험’이 거론됐다.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후 재난이 빈발할수록 피해 복구 비용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있다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폭염이나 폭우 등 일정 기준 이상의 기후 현상이 발생하면 실제 피해 확인 절차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보험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피해 확인 과정이 길어질수록 지원이 늦어지는 문제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와의 충돌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재국 국회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기후 관련 정책이 여러 법률과 계획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어 새로운 법이 만들어질 경우 정책 영역이 겹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계획 체계, 예산 구조, 행정 책임 등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입법 과정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제시됐다.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기후변화법제팀장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후 적응 정책 평가 지표를 언급하며, 국내 법 제도 역시 이런 흐름을 고려해 정책 목표와 평가 체계를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 관리와 식량, 보건, 생태계, 도시 인프라, 취약계층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의 적응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정부 역시 기후정책에서 적응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채원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적응과장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만으로는 이미 현실화된 기후 재난의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적응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정책 관점의 변화다. 기후변화를 막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변화된 환경 속에서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버텨낼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지연 의원은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문제”라며 “감축 정책과 함께 적응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후위기 대응 패러다임 바뀌나… 국회서 ‘기후적응법’ 논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