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도 '빚투' 역대 최대…반대매매 도미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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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 마포구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A씨(32세)는 최근 코스피 상승세에 기대를 걸고 은행 마이너스통장에서 3000만원을 빌려 반도체 종목에 투자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계좌 수익률이 크게 흔들렸다. 추가 하락 시 반대매매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2. 천안에 거주하는 개인 투자자 B씨(39세) 역시 증권사 신용거래를 활용해 이차전지 종목을 매수했다가 최근 변동성 장세에 직면했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서 추가 증거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투자 부담이 커졌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며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상 최대 '빚투'…신용잔고 33조원·미수금 2조원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694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 레버리지 투자 규모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특히 최근 증시 급락 국면에서도 신용잔고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지난 3일부터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3일 32조8000억원 △4일 33조2000억원 △5일 33조7000억원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으로 큰 폭의 등락을 보였다. 코스피는 지난 3일 452.22포인트(7.24%) 하락한 데 이어 4일에는 698.37포인트(12.06%) 급락했다. 5일에는 9.63% 반등해 5583.90으로 마감했지만, 이날 장중엔 5200선까지 밀리는 등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초단기 레버리지 투자로 분류되는 위탁매매 미수금도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5일 기준 미수금 잔고는 2조1488억원으로 전쟁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 자금으로 주식을 매수한 뒤 2거래일 안에 대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실제 강제청산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지난 5일 777억원으로 지난 2023년 10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6.5%로 지난해 평균보다 크게 상승했다.

◆ 마통까지 증시 유입…"반대매매 변동성 확대 우려"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증시 하락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발생하고, 이 물량이 다시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증시 하락→반대매매→추가 하락'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신용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40조72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대비 약 1조3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증시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이 마이너스통장 대출까지 활용해 투자 자금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은행 대출을 활용해 증권사 신용거래까지 이용하는 '이중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도 시장 상황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증권사들에 신용거래융자 규모와 시장 대응 현황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난 신용잔고가 향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잔고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는 시차를 두고 반대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시장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용잔고 감소 자체가 증시 반등의 전제 조건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염 연구원은 "신용융자 잔고는 주가 흐름을 뒤따르는 후행지표 성격이 강하다"며 "신용잔고 감소가 확인돼야만 증시가 반등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증시 급등락이 국내 시장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특히 변동폭이 큰 모습"이라며 "향후 사태 전개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금융시장 영향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급락을 단기 충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과열 부담, 수급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가격 조정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라며 "코스피 5000선 부근에서는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극단적인 저평가 영역에 진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중동 리스크 향배가 중요하지만 단기 급락 이후 추가 변동성 확대 국면은 오히려 비중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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