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2000원에 가까워지면서 정부가 석유류 가격 통제 방안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제 유가 급등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반영되자 물가 상승 압력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 수단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8일 최근 서울 지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ℓ당 1900원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석유류 가격 안정 대책을 확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판매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이른바 최고가격제까지 정책 옵션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 유가 상승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군사 충돌 여파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 제품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주 정도의 시차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승 흐름이 훨씬 빠르게 전달되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유가 급등 상황을 직접 언급하며 대응 강화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류 공급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주유소 가격이 급등했다"며 석유류 가격 관리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유가 상승을 이용한 과도한 이익 추구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대통령 지시 이후 범부처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관계 부처 합동 점검을 통해 불법 석유 유통이나 매점매석, 가짜 석유 판매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유소 가격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법무부도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수급 대응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지역 공급 불안에 대비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6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 압박이 이어지자 정유업계도 가격 안정 노력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관련 단체들은 국제 유가 상승분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급격히 반영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 흐름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93.3원이었고,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44.7원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검토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가 석유 가격 상한제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르면 석유 가격 급등으로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지정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제도 시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가격 통제가 도입될 경우 정유사와 주유소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 업체들이 판매를 기피하거나 물량을 줄이는 상황이 발생하면 오히려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관련 법에는 가격 통제로 인해 발생한 사업자 손실을 정부가 보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어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재정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확대나 비축유 방출 등 다른 대응책도 함께 검토하며 국제 유가와 국내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가격 상한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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