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배현진 의원의 당원권 정지 1년 징계 효력을 정지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면서다. 당 윤리위원회가 내린 징계에 사법부가 제동을 건 셈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서울시당위원장 직무까지 복원되면서 당내 권력 구도 역시 다시 흔들리게 됐다. 특히 서울 공천 과정과 직결된 조직 권력이 다시 움직이게 되면서 지도부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 복귀… 복잡해진 당내 권력 구도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5일 배현진 의원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지난달 13일 결정한 ‘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은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지된다. 배 의원은 당원 자격을 회복하면서 서울시당위원장 직무도 다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법원 결정 직후 배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줬다”며 “공당의 민주적 시스템을 지켜달라는 저의 호소를 진지하게 고려해 준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민주적 질서를 무너뜨렸던 장동혁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반성해야 한다”며 “멈춰 있던 서울시당의 시계를 다시 돌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배 의원이 SNS에 자신을 비판한 일반인의 자녀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게시한 행위를 문제 삼아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결정했다. 배 의원은 이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징계”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징계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징계 사유에 대한 충분한 심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있고, 윤리위 판단이 적절한 절차를 거쳐 내려졌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정당의 자율적 징계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재량권을 벗어난 판단이 있었는지 여부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가처분 인용은 국민의힘 내부 권력 갈등의 한 장면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 의원은 당내에서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인사다. 반면 징계를 결정한 지도부는 장동혁 체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징계를 둘러싸고 윤리위원회가 정치적 갈등의 도구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논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시점이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라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서울시당위원장은 서울 지역 조직 운영과 공천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징계가 유지됐다면 배 의원은 서울 조직 운영에서 사실상 배제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처분 인용으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법원 결정 이후 친한계 인사들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놓으며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전 대표는 SNS를 통해 “상식의 승리”라며 “웬만하면 사법부는 정당 일에 관여하지 않지만 이번 일은 그만큼 비정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줌 윤어게인 세력이 전통의 보수정당과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며 당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윤리위가 정적 숙청 도구가 되면 안 된다는 법원의 경고”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이 이번 법원 결정 이후 어떤 대응을 선택할지도 관심사다. 정치권에서는 자연스럽게 2022년 이준석 전 대표 가처분 사태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당시에도 당 지도부의 결정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당 내부 갈등이 법정으로 번진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으로 비대위 체제는 한 차례 멈춰 섰다. 그러나 당은 곧바로 당헌과 당규를 손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비상상황의 요건을 다시 규정하고 지도체제 전환 근거를 보완한 뒤 새로운 비대위를 다시 출범시키는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당시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도 계속 이어졌다. 윤리위원회 징계 문제와 지도체제 개편 문제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당내 정치적 충돌은 장기간 계속됐다. 이런 전례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배현진 가처분 인용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 판단에 대해 불복 절차를 밟을지, 징계 과정이나 규정을 다시 정비하는 방식으로 대응할지 여러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지도부의 부담은 적지 않다. 이미 법원이 윤리위 징계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상황에서 다시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당내 갈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갈 경우 지도부의 정치적 권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장동혁 체제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국민의힘 내부 권력 구도의 다음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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