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연체채권 관리 체계를 '회수 극대화' 중심에서 '재기 지원' 중심으로 전환한다. 채권을 매각해도 원채권 금융회사에 고객보호 책임을 남기고, 소멸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해온 관행에도 제동을 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신용회복위원회 광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포용적 금융 대전환 2차 회의'를 열고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현재 부실 발생 이후 사후구제 중심 채무조정 지원제도에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어려움에 처한 차주도 제도권 금융 내에서 재기와 극복이 가능하도록 선제적·예방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체 초기 자체 채무조정 의무화…포용금융 평가 연계
우선 연체 초기 단계에서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활성화한다. 기존에는 연체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고 원리금 일시 상환 요구와 함께 본격적인 추심 절차로 넘어가는 구조였다.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기한의 이익 상실 이전에 차주에게 '채무조정요청권'을 별도로 안내하도록 의무화한다. 연체가 장기화되기 전 조정 절차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내부 기준도 구체화하고, 업권별 모범사례를 마련해 배포한다. 채무조정 실적은 사후평가 체계에 반영된다. 은행권 포용금융 종합평가와 연계하고, 향후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과의 연동도 검토한다.
자체 채무조정 과정에서 원금 감면이 이뤄질 경우 감면액을 손실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사의 참여 유인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조치다.
◆ 채권 매각해도 책임 유지…재매각 규율 강화
연체채권 매각 규율도 강화된다. 그간 금융회사는 채권을 상각·매각하면 사실상 고객보호 책임에서 벗어나는 구조였다. 이후 채권이 재매각을 거치며 영세 추심업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과잉 추심 우려가 제기돼 왔다.
앞으로는 채권을 매각하더라도 원채권 금융회사에 고객관리 책임이 남는다. 양수인의 불법행위를 점검하고, 위법 사항 발견 시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 신속 채무조정이 진행 중인 채권은 매각이 제한된다.
재매각 가능 여부와 범위, 채무자 보호 조건 등은 채권 매매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한다. 매각 규모와 대상, 계약 이행 여부 등 주요 내용은 감독당국에 분기별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반복 매각을 통한 규제 사각지대 이동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 소멸시효 '원칙적 완성' 전환…공시송달 특례 폐지 추진
소멸시효 연장 관행도 제도 전반을 손본다. 현재는 상각 시점부터 손비 인식이 가능해 소멸시효 완성과 무관하게 세제상 비용 처리가 이뤄졌다. 이로 인해 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할 유인이 존재했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앞으로는 소멸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법인세법상 비용 처리를 허용한다. 시효를 무기한 연장하기보다 종결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은 은행·보험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여전 3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이다. 계좌 수 기준 약 90% 이상이 해당될 것으로 금융위는 추산했다.
소멸시효는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 구조로 전환한다. 내부 기준에 따라 연장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연장하는 경우에도 일정 기간 경과 시 재심사 절차를 둔다.
지급명령 과정에서 금융회사에만 인정돼온 공시송달 특례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소송촉진특례법 개정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신속히 추진하고, 법 개정 전에도 가이드라인과 행정지도를 통해 가능한 조치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이번 방안은 연체채권 관리의 회계·매각·추심 전 과정을 손질하는 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관행 변화를 요구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이 위원장은 "대출은 채무자의 상환 약속일 뿐 아니라 채권자의 적절한 심사와 관리가 결합된 공동 결정"이라며 "한 번의 경제적 실패가 영원한 예속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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