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휴민트’의 액션은 단순한 장르적 장치가 아니다. 총격과 추격, 인물 간 격돌이 이어지는 장면마다 캐릭터의 심리와 상황이 선명하게 반영된다. 스펙터클을 앞세우기보다 감정선과 체력 소모, 관계의 긴장을 액션의 리듬으로 설계했다.
이 같은 방향성은 이원행 무술감독의 설계에서 구체화됐다. 그는 ‘휴민트’의 핵심 가치를 ‘현실적인 긴장감’으로 두고, 과장된 스타일 대신 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나올 법한 움직임과 호흡을 계산했다. 영화 속 액션은 화려함보다 밀도, 속도보다 압박감으로 장면의 긴장도를 끌어올린다.
류승완 감독의 주문도 명확했다. 액션을 ‘볼거리’로 분리하지 않고, 장면의 정서와 감정선 안에 두는 연출 방식이다. 감독이 정서와 리듬의 기준을 제시하면 무술팀은 그 궤도에 맞춰 동선과 강도를 조율했다.
이원행 무술감독은 류승완 감독을 두고 “단순히 멋이 있는 액션이 아닌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감독”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요구된 것 역시 ‘멋’이 아니라 ‘설득력’이었다. 타격감보다 인물이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액션 안에 심는 데 우선순위를 뒀고 리얼리티는 그 과정에서 강화됐다.
총기·근접 격투·차량 추격 등 첩보 액션의 요소 역시 방향은 ‘설득력’에 맞춰져 있다. 인물의 체력 변화와 감정의 소모가 액션 강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한 점이 핵심이다. 총성이 울리고 몸이 부딪히는 순간마다 피로와 압박이 누적되고 장면이 거듭될수록 액션의 무게가 달라진다.
CG 사용을 최소화하고 실사 베이스로 촬영한 선택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근접 액션 장면에서는 타이밍과 거리, 카메라 동선이 정밀하게 맞물려야 했다. 이원행 무술감독은 “작은 디테일이 액션의 리얼리티와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절제된 동작 하나가 장면의 긴장을 좌우하는 이유다.
캐릭터별 액션 톤 역시 분명히 갈린다. 조인성이 연기한 조 과장은 효율적이고 절제된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 동작은 간결하고 불필요한 과장이 없다. 감정은 표면 아래에서 압축된다. 이원행 무술감독은 배우의 안정적인 신체 밸런스와 빠른 동작 이해도가 이러한 톤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반면 박정민이 연기한 박건은 감정이 직접적으로 투영되는 거친 톤으로 접근했다. 첫 등장 액션은 물리적 강도보다 분위기와 리듬에 무게를 뒀다. 속도와 호흡을 미세하게 조율하며 인물의 분노와 긴장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 박정민에 대해 이원행 무술감독은 “액션을 해석하고 구현하는 방식이 더욱 유연하고 정교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원행 무술감독이 특히 애착을 드러낸 장면은 계단 액션 신이다. 해외 촬영 첫 액션 장면으로, 박건과 임 대리의 대립을 압축한 신이다. 그는 “단순히 달려 내려가는 동선이 아니라 계단 사이로 몸을 던지며 이어지는 과감한 움직임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승완 감독이 사실적인 포인트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공간을 활용한 동선 설계가 물리적 긴장을 키운 대표적 장면이다.
지난 11일 개봉한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이들이 충돌하는 과정을 그린 첩보 액션물이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조인성·박정민·박해준·신세경 등이 출연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휴민트’는 개봉 이후 지난 24일까지 누적 관객 수 163만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은 약 400만명으로 알려졌다. 설득력에 무게를 둔 액션이 현재의 흥행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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