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3부작’ 완성… 자사주 의무소각 본회의 통과

시사위크
국회가 25일 본회의에서 자사주 취득 후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의결하며 2025년 이후 추진된 상법 개정이 마무리됐다. 이번 개정으로 기업의 자사주 보유와 처분 기준에 새로운 법적 규정이 마련됐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국회가 25일 본회의에서 자사주 취득 후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의결하며 2025년 이후 추진된 상법 개정이 마무리됐다. 이번 개정으로 기업의 자사주 보유와 처분 기준에 새로운 법적 규정이 마련됐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상법 개정이 세 차례 입법을 거쳐 마침표를 찍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에서 시작된 개정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이어지며 기업의 이사회 운영과 자사주 활용에 새로운 법적 기준을 세웠다. 국회는 25일 본회의에서 관련 개정안을 의결하며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돼 온 상법 개정을 마무리했다. 주주 권한 강화라는 입법 취지와 기업 경영 자율성 제한에 대한 우려가 맞선 가운데, 이번 개정이 기업 지배구조와 자사주 운용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 이사 충실의무·집중투표제 이어 ‘자사주 규제’까지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자기주식을 취득할 경우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표결에는 재석 176인 중 찬성 175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서며 반대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토론 종료 후 표결을 진행하면서 법안은 최종 통과됐다. 이번 개정은 2025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된 상법 개정의 세 번째 입법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온 일련의 입법이 마무리됐다.

1차 개정은 지난해 3월 이뤄졌다. 당시 국회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이사회가 경영 판단을 할 때 회사뿐 아니라 주주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법적으로 규정됐다. 또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도 확대됐다. 특정 대주주가 감사기구 구성까지 좌우할 수 있는 구조를 완화하고,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가 반영됐다.

같은 해 8월 통과된 2차 개정은 이사회 구성 자체에 변화를 가져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범위를 확대하면서 소수주주의 이사회 참여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 지분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도 이사 선임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견제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입법의 핵심 목표였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 뉴시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 뉴시스

1·2차 개정은 전반적으로 주주 권한을 강화하고 이사회 구조의 균형을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진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제기됐다. 반면 기업 경영의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됐다. 행동주의 투자자나 외국계 자본이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경영진이 단기적인 주주 요구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경영권 안정성과 주주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 문제가 입법 과정 내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3차 개정은 이러한 흐름을 자사주 운용 방식까지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3차 개정안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한 뒤 반드시 소각하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유통 주식 수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지배주주의 의결권 비율을 상대적으로 유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러한 관행에 제도적 제약을 두고, 자사주 매입이 실제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반영했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제도 운영,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예외적으로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 자사주 활용 범위 축소… 기업 지배력 변수로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도 보다 명확히 정리했다. 3차 개정안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에 대해 의결권과 배당권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통해 스스로 의결권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다. 또한 자기주식을 교환 또는 상환 대상으로 하는 사채 발행이나 질권 설정도 금지했다. 합병이나 분할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활용해 신주를 배정하는 행위 역시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기업 구조 재편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특정 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거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이 활용돼 왔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자기주식 처분 절차 역시 강화됐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처분할 경우 원칙적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보유 지분 비율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취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자사주 처분이 사실상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특정 제3자에게 선택적으로 처분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거나 경영권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제도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제3자 처분이 허용된다.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1차),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2차), 자사주 소각 의무화(3차)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지며 기업의 이사회 운영과 자기주식 제도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1차),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2차), 자사주 소각 의무화(3차)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지며 기업의 이사회 운영과 자기주식 제도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이 같은 규제는 자사주가 단순한 재무 수단을 넘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성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자사주는 회사가 스스로 발행한 주식을 다시 보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제3자에게 처분되는 순간 의결권이 살아난다. 이 과정에서 지분 구조가 변하면서 경영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자사주를 계속 보유할 경우에는 전체 발행주식 대비 실제 의결권이 행사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어 기존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사주 제도는 주주환원 정책과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져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가 안정, 임직원 보상, 향후 인수합병 대응 등 다양한 전략적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실제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고 보유 상태로 남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주주환원 효과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치권의 평가도 엇갈린다. 여당은 이번 개정이 주주 권익 보호와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고 강조한다.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는 관행을 제한함으로써 주주환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자사주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창업가나 중소기업의 경우 자사주가 경영권 안정 장치로 기능해 온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입법으로 기업의 자사주 활용 방식은 불가피하게 변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자사주는 주가 안정과 주주환원, 경영권 관리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원칙적으로 소각해야 하는 만큼,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자체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거나 보상·투자 구조를 재설계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자사주 소각이 확대되면서 주식 수 감소를 통한 주당가치 상승 등 주주환원 효과가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 차례 상법 개정은 이사의 책임, 이사회 구성, 자사주 정책까지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 영역을 단계적으로 손보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제도 변화의 방향은 분명해졌지만, 그 효과는 법 조문이 아니라 향후 주주총회와 기업의 실제 선택 속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상법 개정이 기업 운영과 시장 평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이제 제도 시행 이후의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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