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팅필름 제조업체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상보는 지난 19일 ‘주식병합 결정’을 공시했습니다. 자본금 등 재무적으로 큰 변화가 없고 기업가치 역시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선 비교적 단순한 결정으로 볼 수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부실 상장사’ 퇴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눈길을 끕니다.
주식병합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요?
주식병합은 간단히 말해 주식을 합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식발행총수가 1,000주인 A기업이 5주를 1주로 주식병합을 실시할 경우 주식발행총수는 200주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때 기존에 10주를 갖고 있던 주주의 보유주식수는 2주로 줄어들게 되고요.
단, 자본금이나 기업가치엔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데요. 기존 주당 액면가가 100원이었다면, 500원으로 바뀌게 됩니다. 주식병합을 액면병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죠. 이때 발행주식총수의 액면가 총액을 의미하는 자본금은 변동이 없습니다. 또 기존 주가가 1,000원이었다면 주식병합 후 주가는 5,000원이 됩니다. 10주를 보유하고 있던 주주의 보유주식수는 2주로 줄어들어도, 총 주가는 그대로인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주식분할, 액면분할인데요. 이는 주식병합과 반대로 기존의 1주를 여러 주로 단순히 쪼개는 겁니다. 이때도 주식발행총수와 액면가만 달라지게 되고, 자본금과 기업가치엔 변화가 없습니다. 주주입장에서도 역시 보유주식수는 달라지겠지만 총 주가는 달라지지 않죠.
유무상 증자나 감자처럼 자본금과 기업가치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음에도 주식병합 또는 주식분할을 실시하는 건 간접적인 영향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유통주식수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주식은 사고파는 거래 과정을 통해 가격이 형성되는 특성이 있는데요. 이때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가 지나치게 적거나 많으면 기업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식병합이나 주식분할은 기업가치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유통주식수에 변화를 가져와 주가 변동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수는 있습니다.
이번에 상보가 내린 결정은 기존 주식 4주를 1주로 병합하는 겁니다. 병합 전 500원이었던 액면가는 2,000원으로 바뀌게 되죠. 발행주식총수는 5,918만여주에서 1,480만여주로 줄어들게 되고요. 해당 결정이 내려진 날 종가 기준 770원이었던 주가도 3,080원으로 조정됩니다.
상보의 주식병합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살펴본 의미와 효과로 인해 주식병합 또는 주식분할을 선택하는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상보의 이번 결정은 최근 금융당국의 행보와 맞물려 특히 눈길을 끄는데요.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앞서도 추진해왔던 ‘부실 상장사’ 퇴출에 더욱 속도를 올리고 나선 건데요.
해당 방안에 따르면, 당초 발표했던 상장폐지 대상 시가총액 기준을 더 빠르게 상향 적용합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상장폐지 대상 시가총액 기준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오르고, 내년부턴 다시 300억원으로 오르게 됩니다. 여기에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상장사들도 올 하반기부터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상보는 현재 시가총액이 400억원대로 퇴출 대상 시가총액 기준에선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동전주’ 상태라는 점인데요. 4개월 사이에 주가가 40% 이상 오르지 않으면, 하반기 들어서는 동전주라는 이유로 상장폐지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주식병합을 실시하면 동전주에서 벗어나게 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내린 건지요. 그렇진 않습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꼼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금융위는 주식병합으로 동전주 상장폐지 기준을 손쉽게 우회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 병합 전 주가를 고려한다고 못박아뒀습니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의 조치와 전혀 무관하다 보긴 어렵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유통주식수가 주가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이죠. 동전주 탈출이란 과제를 풀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한 셈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실질적인 주가 상승일 텐데요. 상보가 동전주 탈출을 위해 또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지, 올 하반기 이후에도 코스닥 시장의 일원으로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상보 ‘주식병합 결정’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2199004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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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2. 19.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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