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류승완 감독이 '휴민트' 속 여성 인신매매 묘사 지적에 반성의 뜻을 전했다.
류승완 감독은 2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 '베를린', '모가디슈'를 잇는 류승완 감독의 해외 로케이션 3부작이다.
이날 류승완 감독은 '휴민트'의 소재 선택 계기를 묻자 "'베를린'을 준비하면서 기초 사건들은 그때 취재했다"며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한 인신매매 사건은 그때 들었던 것이다. 다른 국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서술하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소재를 왜 선택했느냐고 순수하게 돌이켜보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분노였다. 너무 화가 치밀었다"며 "유럽 공관에서 담배 밀수를 한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사람을 사고판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일단 그 분노가 시발점이 됐다. 거기에 희생자들이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범죄를 추적해 응징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 큰 파도에 휩쓸린 희생자이지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 과거의 선택 때문에 현재 속죄하고 싶은 사람. 이런 구도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재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만큼 류 감독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는 "이 소재를 선택하는 순간 이미 화가 나는 일이라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만드는 사람의 숙제는 '우리의 시선이 이 대상을 착취하면 안 된다'였다"며 "카메라와 대상 사이의 거리를 설정하는 것부터 조심스러웠다. 이를 강조하거나 구경거리로 다루지 않으려 했다"고 전했다.
이어 "후반부 등장하는 폐쇄공항 지하의 이미지들 중 무엇 하나라도 도드라지는 것이 있다면 CG팀과 모두 막았다. 그쪽으로 시선이 쏠려 스크린 안에서 대상에 대한 착취의 시선이 생길까 우려했다"며 "하지만 소재로서 인신매매를 다뤄야 했기에 고민이 많았다. 취재한 그대로는 감당이 안 되고, 아름답고 예쁘게 표현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현장에서도 스태프들이 심적으로 힘들어했고 조심스러워했다. 소재 자체가 주는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휴민트'에서 조 과장(조인성)은 북한 고위 간부와 러시아 마피아가 얽힌 여성 인신매매를 추적하고, 채선화(신세경)를 구하기 위해 박건(박정민)과 맞선다. 이 과정에서 피해 여성들은 흰 원피스를 입은 채 방탄 유리관에 전시되고, 전투 장면에서는 해당 유리관이 방패처럼 사용된다. 이를 두고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불편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류 감독은 "그럴 수 있다"며 끄덕였다. 그는 "가장 충격적인 것이 실제로 동남아에서 단체로 유리관에 들어가있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는 도저히, 사람들의 상태도…(표현할 수 없었다). 거기서 경매까지 이루어지더라"라며 "그대로 할 수 없어서 우리 딴에는, 가장… 순화시킨다는 표현도 그렇고, 이러한 행위를 벌이는 이들을 영화에서라도 단죄를 하고 싶었다. 우리 딴에는 고심 끝에 한 세팅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액션신을 구상하고 촬영하다 보면 어떻게 해야 흥미로운 세팅이 될지 고민하게 된다"며 "그런 시선에 대해서는 '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싶다. 내가 굉장히 새겨들을 부분이다. 앞으로는 더 사려 깊게 짚어가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스스로도 출발점이 그랬다면 더 세심하게 봤어야 했다. 이런 부분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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