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주화 '진통'…관치 논란에 지역 갈등까지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여권발 한국거래소(KRX) 지배구조 개편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자본시장 선진화' 주문에 맞춰 당정이 지주사 전환과 코스닥 분리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관치금융 논란을 앞세운 내부 구성원의 반발과 지역 사회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복합적인 정쟁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닥 시장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각자 특성에 맞는 상장·공시·퇴출 기준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운영권을 부여하고, 시장감시 업무를 수행하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규제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편을 통해 코스닥을 미국 나스닥(NASDAQ)과 같은 역동적인 기술 특화 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 등 정부 핵심 인사들도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의지를 피력하며 벤처업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주사 전환 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데이터 비즈니스 등 미래 인프라에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노조를 중심으로 한 내부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서울 여의도 거래소 로비에 '종속 지주사 전환·관치금융 중단' 등을 명시한 근조 화환과 초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집단행동을 지속 중이다. 

노조 측은 코스닥이 자회사로 분리될 경우 수익성 확보를 위해 부실 기업을 무분별하게 상장시키는 '묻지마 상장'이 판을 쳐 과거 닷컴버블과 같은 투자자 피해가 재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시장을 쪼개는 방식은 글로벌 거래소들이 시장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시장감시 기능이 분산되면 자율규제 효율성이 떨어지고 관리 비용만 10억원 단위 이상으로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사 산하 자회사가 늘어남에 따라 이른바 '보은성 인사'가 내려올 자리가 대폭 늘어나는 등 낙하산 인사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도 강력히 비판했다.

여기에 본점 소재지를 둘러싼 부산 지역의 반발도 입법 과정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지역 정치권은 지주화 과정에서 핵심 기능이 수도권으로 이탈할 가능성을 경계하며 지주사와 자회사의 부산 입지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11년 전인 2015년 당시에도 구조 개편의 발목을 잡았던 핵심 쟁점으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거래소 간판을 쪼개고 지배구조 외형을 바꾸는 것이 자본시장 선진화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코스닥이 나스닥처럼 역동성을 갖추려면 분리 운영이라는 형식보다 부실 기업을 과감히 퇴출하고 상장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운영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거래소 지주화 '진통'…관치 논란에 지역 갈등까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