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10대 제약사들 가운데 종근당과 보령 두 곳만이 지난해 영업이익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10대 제약사는 지난해 매출 규모 기준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 △동아쏘시오홀딩스 △HK이노엔 △보령 △동국제약 △JW중외제약 순이다. 이들 가운데 종근당과 보령을 제외한 8개 제약사는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 항목이 모두 전년 대비 성장세를 기록하며 벌크업을 하면서 내실도 함께 다졌다.
종근당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조6,924억원 △영업이익 806억원 △당기순이익 778억원 등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7%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19.0% 줄었고 순이익도 30.2%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의 흑자 규모 축소는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판관비(판매비·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으로 평가된다.
종근당은 지난해 R&D 부문에 약 1,67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1,574억원) 대비 6.4% 늘어난 규모다. 총 매출의 9.9%를 신약 개발을 위해 투자한 것이다. 종근당은 매년 전체 매출의 10% 안팎을 R&D에 쏟고 있다.
아울러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인 ‘아첼라’를 신설하는 등 R&D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종근당 측에 따르면 아첼라는 신규 파이프라인 발굴과 임상 진행, 기술수출 및 상용화 등 신약개발 업무를 추진한다.
아첼라는 현재 종근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CETP(콜레스테롤 전이 단백질) 저해제 CKD-508,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작용제 CKD-514, HDAC6(히스톤톤탈아세틸화효소6) 저해제 CKD-513 등을 꼽고 투자를 늘려갈 방침이다. 특히 CKD-514는 현재 ‘경구용 비만치료제’로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약물이다. 비임상 연구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으며, 현재 임상 1상 시험 진입을 준비 중이다.
판관비 증가도 지난해 종근당의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 판관비는 신규 품목 도입에 따라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종근당은 2024년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와 간 기능 개선제 ‘고덱스’ 등을 도입한 뒤 마케팅 활동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에는 노보노디스크제약과 비만치료제 ‘위고비’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바이엘 코리아와는 망막 질환 치료제 ‘아일리아’의 국내 유통 및 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타사 의약품을 도입했다. 신규 품목이 늘어남에 따라 광고비와 판촉비 등이 증가하게 되고 판관비가 늘어날 수 있다.
그나마 종근당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소폭 개선된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으나 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개선을 이뤄내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을 19% 수준까지 축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진다.
보령은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의 약가 인하 처분 소송에서 1심 패소를 기록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적자로 전환하며 8년 연속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보령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조174억원 △영업이익 650억원 △당기순이익 643억원 등을 기록했다. 앞서 공시한 지난해 잠정영업실적은 △매출 1조3,604억원 △영업이익 855억원 △당기순이익 80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카나브 약제 급여 상한금액 인하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지난 12일 원고(보령) 패소 판결이 내려졌고, 회사 측은 이를 4분기 실적에 이를 반영하면서 실적이 소폭 감소하게 됐다.
보령이 개발한 국산 15호 신약 ‘카나브’는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으며, 연간 1,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책임지는 캐시카우로 손꼽힌다.
문제는 복지부에서 지난 2023년 2월 카나브의 물질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카나브 제품군의 약가를 최대 48%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제네릭(복제약) 진입에 따라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를 인하키로 한 것이다.
이에 보령은 카나브가 고혈압 외에도 ‘단백뇨 감소’ 적응증에 대한 별도 특허를 2036년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카나브의 제네릭 5종(△알리코제약 ‘알카나’ △동국제약 ‘피마모노’ △대웅바이오 ‘카나덴’ △한국프라임제약 ‘피마솔로’ △휴텍스 ‘휴나브’)은 단백뇨 감소 효과까지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동일 선상에서 카나브의 약가를 낮추는 것이 부당하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에서는 보령의 특허 방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복지부의 카나브 약가 인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복지부에서 지난해 6월 고시한 약가 인하안은 카나브 약가를 △30㎎ 제품 439원→307원 △60㎎ 제품 642원→450원 △120㎎ 제품 758원→531원 등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수준의 약가 인하가 적용될 경우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매출이 증발하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감소하게 된다.
약가 인하 소송에서 패소한 보령은 이를 지난해 4분기 잠정영업실적에 반영하면서 4분기 실적은 적자로 전환됐고, 최종적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7.7%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보령이 소송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약가 인하 충격을 상쇄할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령은 소송 결론이 나올 때까지 약가 인하를 멈춰 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보령이 3심까지 소송을 이어갈 경우 최종 확정 판결 전까지 카나브 약가 인하 시점을 미룰 수 있는 것이다.
보령 측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카나브 약가 인하 집행정지 신청 및 항소를 제기해 상급심에서 법리적 소명을 지속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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