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밀라노(이탈리아) 김건호 기자] "여기서 포기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최가온(세화여고)은 지난 13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리비뇨의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펼쳐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가온은 한국 설상 종목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최가온은 1차 시기에서 부상당했다. 첫 점프였던 스위치 백사이드 900을 뮤트 그랩으로 해냈다. 이어 캡 1080 스테일피시를 시도하다 착지하는 과정에서 스노보드가 파이프 상단에 걸려 넘어졌다. 상체부터 떨어졌다. 긴 시간 눈 위에 쓰러져 있었다. 들것까지 투입되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가온은 다행히 스스로 일어섰다.
2차 시기 도전이 불투명한 상황, 공식 홈페이지에 최가온이 미출발(DNS)한다고 업데이트됐다. 하지만 최가온에게 포기는 없었다. 번복한 뒤 2차 시기에 도전했다. 그러나 첫 점프에서 착지가 불안정했다. 점수를 획득하지 못했다.
최가온은 마지막 3차 시기에 나섰다. 그리고 기적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스위치 백사이드 900 뮤트 그랩, 캡 720, 프런트사이드 900 멜론 그랩, 백사이드 900 스테일피시, 프런트사이드 720 인디 그랩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최가온은 90.25점을 받았다. 이날 경기 처음이자 유일하게 90점 이상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3연패에 도전한 클로이 김이 마지막 시기서 실수했고 최가온이 금메달을 땄다.
최가온은 14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빌라 네키 캄필리오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최가온은 "아직 꿈 같고 너무 행복하다. 실감이 안 나서 일단 잘 즐기고 있다"며 "가족들에게 메시지가 길게 많이 왔다. 친구들 부모님께서 메시지로 축하한다고 하셨다"며 "한국에 돌아가서 (앞으로 계획에 대해) 쉬면서 어떤 것을 할지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가온 기자회견 일문일답.
Q. 클로이 김과 끌어안는 장면이 감동을 줬는데, 당시 상황을 떠올린다면?
"클로이 언니가 자기 런을 끝내고 내려와서 1등인 저를 꽉 안아주셨다. 그때 정말 행복함과 클로이 언니를 넘어섰다는 느낌도 들었다. 뭉클함도 와닿았다. 항상 저에게 좋은 말씀, 멘토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 다시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Q. 2차 시기 DNS 번복 상황에 관해 설명한다면?
"사실 저는 DNS 하지 않겠다고 했다. 코치님께 무조건 뛸 것이라고 말했다. 코치님께서 '지금 네 상태가 걸을 수도 없으니 DNS 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DNS 했는데, 이 악물고 걸어보려고 했다. 그러면서 다리가 조금 나아졌다. DNS를 철회하게 됐다"
Q. 어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은 즐기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지 않고 즐기면서 부상 안 나오게 했으면 좋겠다. 저도 어릴 때는 즐기면서 탔는데, 올림픽을 향해 가면서 부담감도 느끼고 긴장도 됐다. 하지만 최대한 즐기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그래서 제 생각대로 된 것 같다"
Q.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그리고 취미 생활이 있다면?
"그 당시 무릎이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손목이 올림픽 전에 다쳤다. 아직 낫지 않아 한국에 돌아가서 체크할 예정이다. 취미는 스케이트보드를 즐겨 탔었다"

Q. 우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경기 시작하면서부터 저도 모르게 클로이 언니가 금메달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음이 계속 엇갈렸던 것 같다. 너무 존경하는 분인데, 그분을 뛰어넘어 기쁘기도 하지만, 서운함도 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마음이 조금 그랬다"
Q.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어릴 때부터 아빠가 일을 그만두시고 저와 같이 이 길을 걸으셨다. 걸어오면서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만둘 뻔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아빠랑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같이 와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Q. 밀라노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밀라노도 좋지만, 한국에 너무 가고 싶다. 당장 내일 출국하는데, 한국 가서 할머니의 맛있는 밥 먹고 싶다. 한국 돌아가서 바로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할 예정이다"
Q. 이번 올림픽 스노보드 종목의 강세 이유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설상 종목에 관한 관심이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모두 열심히 노력한 것 같다"
Q. 설상 종목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한국에 하프파이프가 한 개 있는데, 그것조차도 완벽하지 않은 파이프다.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 일본 경우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에어매트 시설이 있다. 한국에는 그것이 없어 일본에 가 훈련한다. 저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생겼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빨리 꿈을 이룬 편이라 영광이다. 앞으로 저는 목표를 멀리 잡지 않고 당장 내일 이렇게 목표를 보고 있다. 더 열심히 해서 지금 저보다 잘 타는 선수가 되고 싶다"
Q. 벤 위스너 코치님께 메달을 걸어줬는데?
"월드컵 때도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 이번 올림픽에서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바로 금메달을 걸어드렸다"
Q. 포상금과 시계가 화제인데
"과분한 상금과 시계를 받게 돼 영광이다. 잘 차고 다니겠다"

Q.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보완하고 싶은 점은?
"이번 올림픽 때 최고의 런을 보여드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 멘털적으로는 경기를 많이 뛰며 긴장하는 것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Q. 경기를 앞두고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어떤 기분이었는가.
"처음 기사가 많이 났을 때는 부담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나에게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두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힘을 냈다"
Q. 3차 시기 앞두고 그리고 끝난 뒤 생각은?
"1차 2차 다 넘어졌다. 특히, 1차는 심하게 넘어져서 몸도 많이 아팠는데, 3차 때는 딱히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기술 생각만 했다. 착지했을 때 무릎이 많이 아프면 코치님이 '포기하고 내려가라'라고 했지만, '올림픽인데 끝까지 한번 타보자'라는 생각이었다. 런을 완성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프고 눈이 내리는 와중에 런을 성공했다는 것에 감격해 눈물이 나왔다"
Q. 공중에 떠 있을 때 드는 기분이나 하는 생각은?
"공중에서 다른 생각은 없다. 기술 생각만 많이 하는 것 같다. 이 랜딩에서는 '내가 이렇게 자주 넘어지니 허리를 펴야겠다' 같은 생각을 한다"
Q. 두려움을 이기는 것인가? 아니면 원래 겁이 없는 것인가?
"원래 겁이 어릴 때부터 없었고 승부욕이 겁을 이기는 것 같다. 언니, 오빠와 자라면서 승부욕이 강해진 것 같다"
Q. 1차 시기 부상당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 의료진이 들것에 실려 가면 아마 병원에 가야 될 거라고 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다음 선수가 내려와야 해서 빨리 결정해야 했다. 그래서 최대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다리에 힘이 돌아와서 내려왔다"

Q. 그날 내렸던 눈을 다른 경기 때 내렸던 눈과 비교한다면?
"첫 X게임 때 눈이 엄청나게 왔다. 그때 비하면 눈이 많이 안 왔다. 큰 영향은 없었다. 선수들이 입장할 때 지하에서 올림픽 마크 쪽으로 입장하는데, 제가 입장할 때 함박눈이 내렸다. 너무 이뻐서 찍고 싶었다. 하지만 경기 중이라 찍을 수 없어 아쉬웠다. 시상식 때는 클로이 언니랑 눈이 이쁘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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