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그가 비상계엄 당일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한 행위를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인정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국무위원의 내란 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다. 다만 선고 직후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유죄 판단의 논리는 수긍되지만 형량은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행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이상민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을 유죄로 보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는 무죄, 헌재 증언과 관련한 위증 혐의는 일부 유죄로 판단됐다.
이날 재판부의 유죄 판단은 사실관계 정리에서부터 분명했다. 쟁점이던 단전·단수 지시 문건의 존재를 인정했고, 이상민이 그 문건을 보고 소방청장에게 협조를 지시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대통령실 CCTV, 관계자 진술, 통화 이후의 소방 지휘라인 움직임 등을 종합하면 단순한 안전 점검이나 일반 협조 요청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계엄 당일 언론사 단전·단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인물이 이상민이 유일했다는 점을 지시성 판단의 핵심 근거로 들었다.
이어 법원은 단전·단수 조치를 내란의 중요한 임무로 규정했다. 비판적인 언론을 물리적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내란에 대한 여론 형성을 차단하고, 전체 내란 행위를 용이하게 만드는 수단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단전·단수가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지시 자체만으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 책임이 성립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로써 “계엄은 계엄일 뿐 내란은 아니다”라는 피고인 측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재판부는 이상민의 “몰랐다”는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인 출신 고위 공직자로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 요소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고 계엄 선포 직후 국회 봉쇄와 군 병력 투입, 언론 보도 등이 이어진 상황에서 내란의 성격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전 공모가 없더라도 실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면 내란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처럼 판결의 유죄 판단 구조는 비교적 정교했다. 문건의 존재, 지시의 전달, 행위의 성격, 고의 인정까지 단계적으로 논리를 쌓았다. 특히 단전·단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책임이 성립한다는 판단은 향후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형량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재판부는 내란이 “국가의 존립과 헌법 기능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하면서도 이상민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사전 모의 정황이 없고 수행한 행위가 소방청장에게 전화 한 통에 그쳤으며 단전·단수 조치가 실제 실행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스스로 단전·단수 지시를 내란의 중요임무라고 규정한 점을 감안하면 형량이 그 평가에 비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덕수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이 선고된 직후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서 국무위원 책임의 형량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도 불가피해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유무죄 판단은 정확했지만, 양형은 유죄란 무게에 비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재판부 스스로 이상민의 행위를 두고 “내란 성공을 용이하게 하는 조치”라고 판단해 놓고도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량을 크게 낮춘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언론사 단전·단수는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언론 기능을 물리적으로 마비시키는 조치라는 점에서 그 위험성과 파장을 지나치게 가볍게 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런 평가의 배경에는 내란 사건의 양형 기준 자체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현실도 작용한다. 수십 년 만에 등장한 내란 사건이다 보니 재판부마다 형량 감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무위원 사건들에서 형량이 크게 벌어지면서 항소심에서 일정한 기준 정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번 판결은 국무위원이라도 내란 실행 과정에서 역할을 맡았다면 형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형량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면서 내란 사건의 양형 기준이 항소심에서 어떻게 정리될지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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