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고령화는 위기이자 기회…실버 경제, 복지 아닌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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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초고령사회 진입을 단순한 사회적 부담이 아닌 새로운 산업적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가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위기인 동시에, 정책과 제도 설계에 따라 새로운 수요와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변화라는 인식이다.

이 총재는 10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과 연세대학교 인구와 인재 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초고령사회 진입과 산업적 대응’ 심포지엄에서 “압축적 고령화는 사회적 부양 부담을 빠르게 확대하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산업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공급 기반을 구축한다면 새로운 성장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실버 경제(Silver economy)’를 복지의 영역에만 국한해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고령화 대응 산업은 혁신과 기술을 통해 충분히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지금이 산업적 접근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노인요양시설과 화장시설 등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공급 구조 개선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비용이 높은 대도시에서는 시설 공급이 제약되고 서비스 질 저하가 나타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외곽이나 지방으로 시설이 입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요양 서비스 자체는 공적으로 보장하되, 토지·건물 임대료에 해당하는 비용은 이용자가 일부 부담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장시설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형 병원 장례식장에 소규모·분산형 화장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은 의료 혜택을 누리는 지역사회가 필수 장례 인프라도 함께 수용하는 구조”라며 “지역 수용성을 높이고 사회적 부담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또 바이오 데이터 활용 체계의 전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공익성이 인정된 연구에 한해 국가가 데이터 활용을 승인하되, 승인된 연구에는 엄격한 안전장치 아래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바이오 데이터 유통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장기요양·돌봄·가정의 경제학 △생애말기 필수산업 활성화 방안 △바이오 데이터 기반 첨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초고령사회와 자동화 확산에 따른 AI 기술 수요 및 노동시장 변화 등이 주요 논의 주제로 다뤄졌다.

김현철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돌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살던 곳에서 늙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부족한 인력은 외국인 인력과 AI·로봇 기술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시령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노인요양시설과 화장시설 등 필수산업의 공급 확충을 위해 공공의 체계적 관리 하에 규제를 정비하고,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구조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승인형 바이오 데이터 개방 체계’ 구축을 제안했으며, 이종관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자동화 투자를 촉진하고, 고숙련 중심의 인력 수요 전환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규제의 합리화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경로를 발굴해야 K자형 성장에 따른 격차를 완화하고 미래 세대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오늘 논의는 고령화 대응이 산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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