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세계자연기금(WWF)이 한국 정부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경로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정책 방향 수정, 정보공개 투명성 확보 등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WWF는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3.0)’에 대해 WWF의 글로벌 분석 체크리스트인 ‘NDCs We Want’를 적용한 평가 결과를 9일 발표했다. 현재 정부의 NDC 3.0은 2018년 대비 53~61% 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 2030 NDC(40%)보다 진전된 수치 설정이다.
이에 대해 WWF는 배출량 산정 방식을 ‘기후변화에대한정부간협의체(IPCC)’ 지침 기반의 순배출(Net) 기준으로 전환하고 목표를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로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전 목표와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평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1.5℃ 목표 달성의 핵심 지표인 누적 탄소예산과 2031~2035년 사이의 연도별 감축 경로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5℃ 목표에 부합하는 지와 감축 이행 속도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WWF는 새로운 목표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도 확인됐다.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 GST) 권고를 반영해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 방향성을 명시한 점은 이전보다 진전된 요소로 평가됐다.
또한 국가 적응계획(National Adaptation Plan, NAP)과 연계한 범정부 차원의 적응 체계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기후대응기금과 배출권거래제(K-ETS) 등 재정·제도적 이행 기반을 함께 서술해 추적 가능성의 기초를 마련한 점도 높게 평가했다.
반면 기후적응 체계는 비교적 명확히 제시됐으나 적응으로도 피할 수 없는 잔여 피해에 대한 ‘손실과 피해(Loss & Damage)’ 전략과 해양·산림의 기후 임계점(tipping points) 리스크 관리 방안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WWF는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에 대한 정량적 목표 설정과 국가생물다양성전략(NBSAP) 등 생물다양성 보호 정책과의 상호 연계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기후위기 대응과 자연 회복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전략이 미흡한 점을 주요 보완 과제로 꼽았다.
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은 “정부가 NDC 발표 이후 에너지 전환 계획을 연이어 제시한 것은 탄소중립을 향한 실행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이러한 의지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연도별·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완하고 정책 결정 과정과 의견 수렴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환류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치 위주의 감축을 넘어 해양과 산림 등 탄소 흡수원 보전을 위한 자연기반해법(NbS)을 감축과 적응 전략에 결합할 때, NDC는 기후 대응을 넘어 자연 회복까지 포괄하는 실질적인 실행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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