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오지급 사태] 코인거래소 신뢰 ‘뿌리째 흔들’…이찬진 “매우 심각한 문제”

마이데일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이벤트를 통해 당첨자들에게 현금 2000원~5만원을 지급하려 했으나 시스템 오류로 1인당 2000억원이 넘는 총액 약 61조원의 수량이 오지급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빗썸 측은 전체 오지급 물량의 99.7%에 달하는 61만 8212개 BTC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모습. /뉴시스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유령 비트코인’ 지급 사고가 발생하면서 거래소 시스템 신뢰에 대한 우려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자에게 인당 2000원~5만원 상당의 보상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지급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이로 인해 이벤트 참여자 695명 가운데 249명에게 총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오지급됐는데, 당시 거래금액 9800만원 기준 61조원 규모다.

빗썸은 20분만에 오지급을 인지하고 곧바로 거래 및 출금을 차단했지만 125개(약 129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은 이미 팔린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99.7%에 해당하는 61만8000여개인 회수된 상태다.이는 빗썸의 실제 유통량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시스템상 입력 오류에 따른 ‘가상 수치’였다.

일부 이용자들이 지급받은 직후 해당 비트코인을 매도하면서 당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은 8100만원 선까지 급락했다. 이는 타 거래소 대비 10% 이상 낮은 수준이다.

빗썸은 오지급된 비트코인의 99.7%를 삭제·회수하면서 이미 매도된 1788비트코인과 회수되지 못한 약 125비트코인은 회사 자체 자산으로 충당하는 등 사태 수습에 혼쭐이 났다. 빗썸 관계자는 “현재 고객 예치 자산과 거래소 보유 자산은 수량 기준으로 100% 동일하게 맞춰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사태를 두고 코인거래소에 대한 대국민 신인도 추락은 물론 금융당국의 대응 조치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이뤄진 간담회에서 “단순한 기입 실수를 넘어 오입력된 데이터로 실제 거래가 체결됐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전산상 ‘유령코인’이 실제 거래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가상자산시장을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주말 동안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은 긴급대응반을 편성해 빗썸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 정보시스템 결함을 인허가 리스크와 연동하는 규제 방안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빗썸의 허술한 비트코인 장부거래 시스템, 업비트는 ‘3중보안 시스템’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장부 거래’ 시스템 관리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장부 거래는 전산 장부(DB)를 통해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거래소와 금융기관이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절차에서 이중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장부 거래’ 방식에서는 정확성과 정합성 검증이 핵심”이라며 “은행과 증권사는 장 마감 후 전산 수치와 실제 자산을 대조하는 정산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 1위 거래소인 업비트는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실제 보유 자산 범위 내에서만 이벤트 지급이 가능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자체 준비자산 증명 시스템을 통해 지갑 내 실 보유량과 전산 장부 수량을 상시 대조·점검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업비트가 진행하는 이벤트 보상 지급에는 디지털자산관리팀, 운영팀, 모니터링팀 등 3개 부서가 참여해 사전 수량 확보부터 장부 입력, 사후 점검까지 단계별 관리 체계가 꼼꼼히 이뤄진다.

◇ 회수 못한 130억원 어쩌나…‘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가능성

현재 빗썸이 회수하지 못한 약 125비트코인(약 130억원 규모) 가운데 약 30억원은 은행 계좌로 출금됐고, 나머지 100억원가량은 알트코인 등 다른 가상자산 매수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해당 물량이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익을 얻을 경우 법적으로 반환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빗썸 입장에서는 만약의 사태까지 대비해야 한다.

이찬진 원장도 잘못 지급된 코인을 매도한 투자자에 대해 “원물 반환이 원칙”이라며 “이를 팔아 차익을 챙긴 매도자들은 재앙적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빗썸은 현재 보상안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주요 보상안은 △오지급 물량 매도로 손실을 본 이용자에게 차액 전액과 10% 추가 보상(전체 약 10억원 규모) △이벤트 시간 접속자 전원에게 2만원 상당 이용권 지급 △7일간 전 종목 거래 수수료 무료 등이다.

또한 1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호 펀드 조성 계획도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향후 리워드 지급 과정에서 2단계 이상 결재가 이뤄지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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