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에 무너진 신뢰…‘메이플 키우기’가 드러낸 구조적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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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사옥. /넥슨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넥슨이 ‘메이플 키우기’ 아이템 확률 오류 사고와 관련 전액 환불이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5년째 반복된 확률 논란이 게임업계의 성장 공식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메이플 키우기’에서 발생한 확률 관련 오류와 일부 정보 고지 미흡을 인정하고, 서비스 시작 이후 결제한 모든 이용자에게 결제 금액 전액을 환불하기로 결정했다. 확률 논란을 이유로 전면 환불을 단행한 것은 국내 주요 게임사 가운데서도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환불 규모를 1500억~2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쟁점은 유료 재화를 사용하는 핵심 시스템에서 최고 등급 옵션이 정상적으로 등장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넥슨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일 뿐 의도적 조작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오류 인지 이후 공지 시점과 대응 방식이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운영 실수가 아니라, 대응 인식 자체의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제재 법안이 이미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넥슨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며 “메이플이라는 IP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에서 넥슨은 스스로 방아쇠를 당긴 셈”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같은 확률 논란이 반복돼 왔다는 점이다. 넥슨은 2021년 대표작 ‘메이플스토리’에서 유료 아이템 ‘큐브’의 확률 구조를 둘러싼 논란으로 대규모 이용자 반발을 겪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확률 정보 은폐를 소비자 기만 행위로 보고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해당 사건은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개별 게임을 넘어 산업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메이플 키우기’. /넥슨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쟁은 넥슨에 국한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를 중심으로 과도한 확률형 과금 구조에 대한 이용자 반발을 겪었고, 넷마블 역시 확률 정보 공개 방식과 시스템 신뢰성을 두고 지속적인 개선 요구에 직면해 왔다. 일부 중견 게임사들에서도 확률 고지 오류나 과장 안내 사례가 적발되며 행정 제재를 받은 전례가 있다.

논란이 누적되면서 제도 환경도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개정 게임산업법이 시행되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가 의무화됐고, 허위·기만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도 한층 강화됐다. 자율 규제에 의존해 왔던 기존 관행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법 시행 이후에도 위반 사례가 이어지며, 제도보다 운영 문화와 내부 통제 시스템이 더 큰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반응은 냉정하다. 확률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기업 가치에 대한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시가총액이 반복된 논란과 함께 출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확률형 아이템 중심 수익 모델이 단기 매출에는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와 시장 신뢰를 잠식한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이용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고발하는 방식에 의존할 게 아니라, 게임사 내부에서 확률 문제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필터링과 더블체크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며 “넥슨은 한국 게임 생태계를 만들어온 기업으로서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하고, 다른 게임사들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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