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12년간 이어진 담배 유해성 관련 소송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해 4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건보공단은 2014년 담배 제조사들을 상대로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부담을 이유로 533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6-1부는 “건보공단이 보험급여를 지출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보험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원고에게 법익 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담배에 설계상·표시상 결함이나 통상 기대되는 안전성 결여가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기망·은폐하는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흡연과 암 발병 간 인과관계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항소심 판단이 1960~1970년대 당시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이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 있지만, 당시의 과학적 정보 접근성, 담배회사의 정보 은폐·축소 관행, 국가 차원의 규제 수준 등을 종합하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건보공단은 이번 소송이 폐암(편평세포암·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 등 흡연과의 관련성이 높은 암종을 대상으로, 흡연으로 발생한 진료비 부담의 책임을 묻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개별 분쟁을 넘어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공적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또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는지가 핵심 쟁점이라며, 소비자에게 유해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책임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사회적 파급력과 공공성이 큰 사안인 만큼 전원합의체 논의와 공개변론을 통해 종합적·정책적 관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판단 과정과 논의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번 상고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책임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묻는 과정”이라며 “대법원이 공개적이고 책임 있는 논의를 통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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