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환·정책 맞물린 '멕시코'…K-제약바이오 중남미 진출 거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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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 헌법 광장에 위치한 국립궁전. /게티이미지뱅크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의 중남미 진출 흐름이 멕시코를 향하고 있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 한미약품, 노을, 원텍 등 주요 기업이 잇따라 멕시코 진출에 나섰다.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제약 시장이다. 시장 규모뿐 아니라 성장 흐름, 질환 구조, 정부 정책, 유통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남미 사업 확장의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5년 멕시코 제약 시장 규모는 약 157억달러(약 22조7500억원)로 추산된다. 이후 연평균 5% 성장률을 유지해 2034년에는 243억달러(약 33조2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의약품 지출도 2024년 131.8달러(약 19만원)에서 2029년 152.4달러(약 22만원)로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은 멕시코 현지 유통 파트너를 중심으로 한 중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현지 파트너사 목샤8(Moksha8)과 약 295억원 규모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멕시코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나보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칠레에 이어 멕시코까지 진출하게 됐다. 기존 피부과·성형외과 중심 유통에서 에스테틱·치과 클리닉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멕시코 최대 민간 제약사 산페르(Sanfer)와 GLP-1 계열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해 당뇨치료 복합제인 다파론패밀리 등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이 완제품을 공급하고, 산페르가 현지 허가와 마케팅, 유통, 판매를 맡는 구조다. 비만 치료 이후 당뇨 치료 영역까지 단계적 확대를 염두에 둔 계약이다.

노을은 멕시코 대형 의료기기 유통사와 계약을 맺고 자궁경부암 진단 솔루션 ‘마이랩(miLab) CER’ 100대를 4년간 독점 공급한다. 파나마에 이은 중남미 확대 사례로, 민간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공급 구조를 택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멕시코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원텍은 멕시코 보건당국으로부터 레이저 장비 ‘라비앙’의 의료기기 허가를 획득했다. 멕시코 피부과·미용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멕시코는 시장 규모와 성장성, 질환 구조, 정책 방향이 동시에 맞물린 드문 시장”이라며 “한 번 안착하면 중남미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 성격이 강해 국내 기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미약품과 에페글레나타이드 및 당뇨병 치료제 라인업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한 신규 파트너사 산페르의 멕시코 소재 본사 전경. /한미약품

멕시코 제약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비중이다. 의약품 사용량 기준으로 제네릭이 약 70%를 차지하지만, 가격은 특허 의약품의 약 85%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제네릭과 특허 의약품 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제네릭은 단순한 저가 대체재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는 핵심 제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팬데믹 이후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는 물론 감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치료 전반에서 제네릭 사용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이런 구조와 맞물려 있다. 이로 인해 기술력이나 품질 경쟁력을 갖춘 해외 기업 역시 지나친 저가 전략에 의존하지 않고 진출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형성돼 있다.

정부 정책 방향도 명확하다. 멕시코 정부는 장기 국가개발계획인 ‘플란 멕시코(멕시코 계획)’를 통해 제약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가 핵심으로, 멕시코 내 생산시설이나 연구소,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거나 설립 중인 기업에는 공공조달 입찰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규제 환경 역시 같은 방향으로 정비되고 있다. 멕시코 식약청(COFEPRIS)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제네릭·바이오시밀러 등록 절차를 단계적으로 간소화했다. 해외 승인 임상 자료 인정, WHO 기준 충족 국가 인증 활용, 디지털 행정 플랫폼 도입 등을 통해 등록 소요 기간은 평균 12~18개월가량 단축됐다. 이에 따라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가운데 비교적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갖춘 시장으로 분류된다.

질환 구조도 시장 수요를 뒷받침한다. 각각 멕시코 비만 유병률은36.86%, 당뇨 유병률은 16.4%이다. 체중 감량과 혈당 관리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로,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공공 의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이 많아 민간 의료기관과 약국 중심의 시장 비중이 크다. 미용의약품, 셀프케어 제품, 진단 솔루션 등 비급여·민간 중심 제품군이 유통되기 쉬운 환경이 형성돼 있다.

아울러 멕시코는 단일 시장이면서 동시에 중남미 확장 거점 역할도 한다. 북미와 인접해 있고, 중남미 주요 국가로의 물류·유통 연결성이 높다. 멕시코 유통망을 기반으로 콜롬비아, 칠레, 파나마 등 인접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수출입 지표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난다. 2024년 멕시코 의약품 수출은 27억달러(약 3조9100억원)로 전년 대비 17.1% 증가했다. 미국을 비롯해 콜롬비아, 캐나다, 파나마, 칠레 등 북미·중남미 지역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중남미 시장이 향후 글로벌 영역에서 큰 성장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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