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병오년 새해를 맞아 금융권이 연초부터 분주하다. 신년을 맞아 새롭게 조직을 정비하고 중점 사업 전략을 제시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내 분위기는 이와는 사뭇 다르게 조용하다. 후임 행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경영 공백이 발생한 채 새해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 후임 행장 인선 지연… 결국 직무대행 체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김성태 전 기업은행장은 지난 2일 공식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후임 행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기업은행은 지난 3일부터 김형일 전무이사의 행장 직무 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기업은행장은 별도의 후보 추천 절차 없이 금융위원회가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행장 인사 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통상 기업은행장 인선은 기존 행장의 임기 만료 전에 마무리돼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작년 말에는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돼왔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벗어나 기업은행 행장 인선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놓고 관가 안팎에선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과 맞물리면서 의사 결정이 다소 미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방중 일정을 소화한 후 1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일본 순방에 나섰다.
후임 행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행장 인선이 미뤄지면서 임원인사 등도 함께 연쇄적으로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은행은 현재 노사 갈등 해소 등 각종 현안을 직면하고 있어,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될 시 조직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공공기관 총인건비제로 인한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이달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 12월 23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으며, 91%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의결한 바 있다.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기업은행은 총인건비제에 묶여 초과 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왔다고 주장해왔다. 노조 측은 노사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인사가 후임 행장으로 선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행장 공백 속 ‘노사 갈등’ 해소 안갯속
노조 측은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와 대통령실은 현재 노동계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은행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즉각 선임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지시 사항을 이행해, 현재 진행 중인 노사 분쟁을 해결할 사람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업은행의 임금체불 이슈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총인건비를 정해 놓으면 돈이 있어도 지급하지 못하는 공공기관이 있는데, 법률을 위반하면서 운영하도록 정부가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는 “새 행장은 지난 5월 이재명 대선후보 측과 기업은행 노조가 체결한 ‘상장회사이자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예산·인력 자율성을 높인다’는 합의를 반드시 이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임 행장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노사 갈등을 봉합하는 한편, 정부 주요 정책에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생산적금융’ 확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역할도 매우 중요해졌다. 여기에 기업은행은 지난해 금융사고로 곤욕을 치른 만큼 내부통제 강화에도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
한편, 차기 행장 후보를 놓고는 여러 내·외부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내부 출신으로는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와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 등이 거론된다. 외부 인사로는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과연 기업은행을 이끌 행장이 누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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