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윤리심판원의 ‘제명 의결’에 반발하며 ‘재심 청구’ 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민주당으로선 ‘사태 수습’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당에선 김 의원의 재심 청구 방침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 등이 나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차라리 제명을 당할지언정 스스로 제 전부를 떠나지는 못하겠다”며 재차 자진 탈당에 선을 그었다.
◇ ‘재심 방침’에 ‘사태 수습’ 지체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전날(12일) 9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김 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회의를 마친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오후 11시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징계 시효 완성 여부와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의 안건에 대해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징계 시효가 3년이지만,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와 쿠팡 대표와의 고가 식사 논란 등은 지난해 발생한 의혹인 만큼 징계 시효가 남아있어 제명 사유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외에도 김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 헌금 묵인’ 의혹과 2020년 총선 전 동작구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받았다가 몇 달 뒤 돌려줬다는 의혹 등 13가지 의혹을 받고 있다.
윤리심판원의 제명 의결에 김 의원은 약 1시간 뒤인 13일 페이스북에 “한 달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웠나.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뭔가”라고 반말하며 재심 청구 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재심 청구’ 방침에 민주당으로선 사태 수습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당초 민주당은 윤리심판원의 제명 의결이 나오면 오는 15일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 제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김 의원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총에 김 의원 제명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당법과 당헌·당규에 따르면 국회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선 소속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에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김병기 (전) 원내대표께서 재심을 신청할 거냐, 안 할 거냐 이 문제에 대해선 대체로 원내대표까지 지내신, 당의 책임자셨기 때문에 굳이 재심까지 하시겠냐는 기류들이 읽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김 의원의 재심 청구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의 위기 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박용진 전 의원은 SBS 라디오에 나와 김 의원이 ‘한 달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웠는가’라고 밝힌 것에 대해 “그 한 달이면 당은 정말 너덜너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이 탈당하지 않고 버티는 그 시간, 당 지도부가 최종 결심을 하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시간 동안 민주당의 지지율은 계속 빠지고 있다”며 “그래서 지금 이 문제를 신속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 위기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연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꽃이 진다고 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꽃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스스로 물러날 줄 알기에 다음 계절을 망치지 않는다”며 “피어 있음이 용기라면 지는 일은 책임이다. 꽃은 말없이 물러나 다음 계절이 올 자리를 남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치도 마찬가지”라며 “책임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정치의 품격”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김 의원이 버티기에 나서자 탈당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당 지도부는 일각에서 나왔던 ‘비상 징계 카드’에 대해선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 나와 “(재심도) 당에서 정한 절차이기에 우리가 지켜주는 게 맞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재심 청구 역시 당헌·당규에 명시된 절차고 권리다. 당사자가 그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당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재심 절차가 진행되는 것 또한 존중한다”며 “다만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재심 절차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돼 조속히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심 신청은 징계결정문이 대상자에게 송달된 뒤 7일 이내에 할 수 있고 윤리심판원은 신청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에 판단을 내리게 돼 있는데, 재심 절차가 60일까지 걸리지 않고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는 취지로 읽힌다.
이러한 가운데,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재차 자진 탈당에 선을 그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제기된 의혹 중 하나라도 법적 책임이 있을 시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에게 민주당이 없는 정치는 사형선고와도 같다”며 “차라리 제명을 당할지언정 저 스스로 제 친정을, 제 고향을, 제 전부를 떠나지는 못하겠다. 그것은 제게 패륜과도 같다”고 적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