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고물가·저성장이라는 ‘성장 절벽’에 직면한 유통업계가 AI(인공지능)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트너 등 글로벌 조사기관은 올해 리테일 테크 투자 비중이 기업 IT 예산의 4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주요 유통 기업은 상품기획(MD)부터 수요 예측, 할인율 결정, 물류 자동화 등 밸류체인 전 과정에 AI를 이식하는 ‘AX(AI 전환)’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AI는 이미 유통 현장에서 사람의 직관과 경험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냉장 물류 창고에 도입된 AI 선별기는 과일의 크기, 색상, 흠집 등 25개 항목을 단 10초 만에 점검한다. 이는 숙련된 작업자보다 정확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처리 시간도 1분 이상 단축한다.
가격 결정도 AI의 몫이다. 이마트는 신선식품의 유통기한과 실시간 판매 속도를 계산해 할인율을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을 전국 매장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감 세일의 효율을 높이고 식품 폐기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롯데마트는 고객의 구매 주기와 선호 상품을 분석해 10초 이내에 자동으로 장바구니 목록을 제안하는 ‘스마트 카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AI가 성향을 파악해 추천부터 결제까지 연결하는 ‘제로 클릭’ 쇼핑도 올해 유통가의 핵심 트렌드로 부상했다.

실제 맥킨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전체 구매의 약 35~40%가 AI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발생하며, 최근 설문에서도 소비자 10명 중 4명 이상(43%)이 AI 추천 제품을 기반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6월 도입한 AI 쇼핑 보조 ‘헤이디’가 지난해 말 기준 하루 평균 이용자 2000명을 넘어서며 6개월간 누적 이용자 20만명을 기록했다. 또한 3년간의 마케팅 데이터를 학습해 행사 성격에 맞는 광고 문구를 10초 만에 작성하는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백화점은 SK텔레콤의 AI 비서 ‘에이닷’과 협력해 위치 정보, 기온, 활동 패턴을 분석한 고도화된 선물 추천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잠실점에는 백화점 최초로 AI 통역 서비스를 도입했다. 롯데 유통군은 오는 2030년까지 전 분야에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고 전사적 AI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고객 구매 여정을 예측하는 초개인화 시스템 ‘S-마인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일럿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성능을 대폭 강화한 ‘S-마인드 4.0’ 버전을 새롭게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 유통 총수 신년사 키워드도 일제히 AI를 향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AI 내재화를 통한 질적 성장”을,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데이터 기반의 시스템 혁신”을 주문하며 기술 도입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장 중심의 AX는 편의점과 외식업으로도 번졌다. CU는 적정 발주량을 자동 계산하는 ‘스마트 발주 2.0’을 통해 결품을 20% 이상 줄이고 매출을 5% 늘리는 효과를 거뒀다.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도 AI 자동화 시스템을 다양한 상권에서 테스트 중이다.
주방은 ‘로봇 지휘관’이 점령했다. 교촌치킨은 전국 23개 매장에 로봇 30대를 배치했고, bhc치킨은 ‘튀봇’ 도입 매장을 1년 새 30여 개로 늘렸다. BBQ는 조리 로봇 ‘보글봇’을 통해 품질 유지와 인건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물류 현장 역시 수요 예측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알고리즘이 통제하는 자동 운영 시스템이 확산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쿠팡 등 주요 물류 기업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운반차를 활용한 ‘피지컬 AI’의 상용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유통가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태희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MD파트너는 ‘2026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월마트와 아마존은 이미 손님이 무엇을 사고 싶은지 스스로 안내해주는 AI 도우미를 시험 중”이라며 “AI 중심으로 전략을 다시 짠 기업만이 정체된 시장을 뚫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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