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고려아연 향한 시선... ‘최윤범 사법리스크’가 불러올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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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회사와 주주에게 어떤 파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 뉴시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회사와 주주에게 어떤 파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대표자 위기는 곧 회사 위기다. 3월 기업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를 둘러싼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을 향한 시선은 다시 최윤범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모인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굵직한 이슈에 가려져 왔지만 최 회장을 둘러싼 사법적 쟁점은 사라진 적이 없다. 오히려 갈등의 국면이 바뀌는 지금 이 사안은 단순한 분쟁 변수를 넘어 현실화될 경우 그 부담이 누구에게 어떤 구조로 귀속될지를 따져봐야 할 문제로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 대표자 리스크, 어떻게 회사의 위험이 되는가

현재 고려아연을 둘러싼 사법적 쟁점들은 최윤범 회장의 경영 판단에서 출발한다. 다만 그 결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든 부담의 귀속은 회사로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질문이 제기된다. 문제의 본질은 사건의 수가 아니라 이들 사안이 공통적으로 ‘개인의 판단’과 ‘법인의 책임’ 사이에 놓여 있다는 데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자사주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거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다. 2024년 9월 고려아연은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대응해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이후 공개매수 신고 과정에서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금융감독원은 2025년 1월 초 해당 사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같은 해 4월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뤄졌지만, 2026년 1월 현재까지도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고려아연 측은 당시 결정이 경영권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쟁점은 위법 여부의 결론보다 만약 사기적 부정거래나 허위 기재가 인정될 경우 그 파장이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형사 책임은 최 회장 개인에게 귀속되더라도 시장 신뢰 훼손과 재무적 부담은 회사의 몫으로 남게 된다.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한 배임 고소 역시 같은 흐름 위에 놓여 있다.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 등이 2024년 자사주 공개매수를 고가에 진행하면서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당시 공개매수가 시장 상황과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경영 판단이었고, 손실 발생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사안은 손해 규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과 별개로 향후 배임 판단이 이뤄질 경우 그 법적·재무적 파장이 최 회장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의 자산 가치와 주주 이익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총 국면의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현재 진행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수사·조사 결과가 향후 경영 판단과 지배구조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 모습. / 뉴시스
현재 진행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수사·조사 결과가 향후 경영 판단과 지배구조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 모습. / 뉴시스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벌어진 순환출자 논란은 ‘합법적 선택’과 ‘탈법적 구조’의 경계에 서 있다. 최 회장 측은 호주 자회사 SMC 명의로 영풍 지분 10.33%를 매입해 상호주 관계를 형성했고, 이로 인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해당 거래가 법적으로 허용된 투자 행위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이 구조가 공정거래법을 우회한 탈법적 순환출자에 해당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사안 역시 판단의 출발점은 경영진의 전략이지만 향후 위법성이 인정될 경우 책임의 무게는 회사와 이사회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와 씨에스디자인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앞선 사안들과 결이 다르다. 자사주 공개매수나 지배구조 논란이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나온 결정이라는 설명이라도 가능한 반면, 이들 사안은 그런 긴박한 경영 환경이나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뤄진 거래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해외 신생 기업을 수천억원대의 높은 가치로 인수한 결정은, 그 필요성과 합리성부터 묻게 만든다. 이 때문에 이들 거래에 대해서는 설명을 기다리기보다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씨에스디자인그룹과 관련한 내부거래 의혹에서도 반복된다. 최윤범 회장 인척이 운영하는 신생 업체가 대표이사 취임 이후 고려아연과 자회사 인테리어 사업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수주했고, 대부분이 수의계약 형태였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형사 책임 여부와는 별개로, 이 사안은 특정 거래의 적법성을 넘어 회사의 내부 통제와 이사회 관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묻게 만드는 대목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둘러싼 이익 제공 의혹은 주주 보호를 둘러싼 논쟁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최 회장 측이 약 4억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하며 기획성 소액주주연대를 운영했다는 혐의는 사실관계가 어떻게 판단되든 ‘주주 민주주의’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이 역시 개인의 판단에서 시작됐지만 그 결과는 회사의 지배구조 신뢰로 귀결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들 사안 전반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른 경영 판단”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정된 사법 판단이 없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주총을 앞둔 시점에서 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지점은 결론 자체보다 구조다. 최윤범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그 비용과 책임이 개인에 머무를 수 있는지, 아니면 회사와 주주가 떠안게 되는 구조인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사법 판단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이사 선임과 경영 판단에 대한 신임은 주총에서 먼저 이뤄진다. 결국 이번 3월 주총을 앞두고 던져진 질문은 명확하다. 최윤범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개인의 문제로 관리될 수 있는가, 아니면 고려아연이라는 회사의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주주들의 판단이 향후 고려아연을 둘러싼 논의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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