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지영 기자 정부가 일회용 컵에 음료 주문 시 100~200원을 더 받는 ‘일회용 컵 유료화’를 추진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등 정책이 사실상 백지화된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김성환 장관은 이 같은 ‘컵 따로 계산제’(가칭)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텀블러 사용을 유도해, 일회용 컵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원천적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 일회용 컵 유상으로, 빨대는 요청 시 무상으로
기후부가 이날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일회용 컵 가격은 가게가 자율적으로 정하되,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최저선을 정부가 설정한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시장 가격은 50~100원, 식음료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가격은 100~200원 수준이다.
김 장관은 또 “종이빨대는 특수 코팅을 필요로 해,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재질과 상관없이 빨대 사용을 금지하되, 고객이 요청하면 무상 제공할 계획”이라 밝혔다.
기후부는 텀블러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일회용 컵 비용(200원)과 다회용 컵 혜택(탄소중립포인트 300원 지원, 매장할인 500원) 등 총 1,000원의 차액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탁상행정’ 지적 나와
김 장관은 이날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불편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히고, 이후 대통령 질의에서 “국내에서는 재활용을 잘하고 있었음에도,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유럽의 일부 제도를 베껴 소비자와 판매자 양쪽에 불편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 받을 때 보증금(300원)을 내고, 컵을 매장에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개인컵 사용을 유도하는 동시에, 사용된 일회용 컵의 재활용률은 높인다는 취지로 고안됐다. 2022년 12월 세종·제주 지역에서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커피·음료·패스트푸드 등 업체를 대상으로 시범 시행됐으나 이후 윤석열 정부가 정책을 전국으로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해 “탁상행정 느낌이 난다. 아무데나 갖다줘도 되는 병(보증금제)과 다르지않냐”며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나 국민 편의를 고려해야 하는데, 필요성만 고려해서 하다보니 저항도 생기고, 정책 신뢰도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제대로’ 실패했나
이번 정책이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실패에 따른 것이라면 기존 실패에 대해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연구소장은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제도라고 본다”며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범 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초기에 드는 행정적·인프라 투자 비용이 큰 데다 정착에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도중에 정책 기조가 변하면서 제도 시행을 위한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 컵을 시장에서 퇴출하기 위한 ‘다회용 컵 보증금 제도’로의 전환을 위한 시작점이다. 그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는 하나의 단계로 작용하고, 이후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병행하는 과도기를 거쳐 ‘다회용컵 보증금 제도’로 완전히 전환되는 발전 단계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텀블러 아니라 소비자 부담만 늘 수도… 환경부 불신도 깊어
정권 교체에 따라 환경 정책이 일관성 없이 진행돼 온 탓에, 이번 일회용 컵 유료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커피가 체감 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큰 품목인 만큼, 해당 정책에 따른 커피값 인상이 소비자 저항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이 지난 18일 카페 점주 16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가 제도 시행 시 판매 가격을 올리겠다고 답했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고장수 대표는 “매장마다 일회용 컵 가격이 다르면 그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이 비용에 대한 경쟁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또 “카페 점주들은 정책을 유예하거나 지속하지 않는 환경부(현 기후부)에 대해 불신이 깊다”며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일정 기간 지속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는 23일 기후부는 ‘일회용 컵 유료화’ 등 내용을 포함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초안을 내놓고 공청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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