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갑론을박 부른 이재명 대통령의 ‘북한 매체 개방’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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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한민국 국민이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야권 일각에서는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정신 위반’이라며 못마땅하게 보는 분위기지만,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북한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필요한 상황에서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가를 두고 서로 다른 관점이 충돌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께서 북한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의 공개 의사를 피력하신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만약 노동신문을 자유롭게 구독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대국민 반공교육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특히 국민의힘 중진이신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도 합장한 것은 의미가 있는 입증”이라며 “NSC와 통일부의 적극적 검토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19일 이 대통령이 통일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언급하며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노동신문을 국민이 못 보게 만드는 이유는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 될까 봐 아닌가”라며 “국민을 주체적 존재로 취급하는 게 아닌 선전 선동에 넘어갈 그런 존재로 취급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과거 ‘불온 딱지’가 붙었던 북한 관련 자료들은 남북 관계 개선 흐름 속에 인식이 달라져 왔다.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면서다. 남북한 주민들의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민족 동질성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새어 나왔다. 보수·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려 했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022년 11월 3일 금성 뜨락또르(트랙터) 공장 1단계 개건현대화대상 준공식(2일 개최) 노동신문 게재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2022년 11월 3일 금성 뜨락또르(트랙터) 공장 1단계 개건현대화대상 준공식(2일 개최) 노동신문 게재 내용을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뉴시스

◇ ‘반감’ 해소가 문제

실제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공통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국회에서 이러한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용선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자료의 관리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자료의 수집·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현재 국정원의 ‘특수자료 취급지침’을 근거로 하는 관리 규정을 법률로 제정해 북한 관련 자료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특수자료를 공개하는 방식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국민적 반감’이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주장이 국가안보 관점에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21일)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정신을 정면으로 거역하고 있다”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9일 논평에서 “적성 매체에 대한 접근 제한은 국민의 의식 수준을 낮게 봐서가 아니다. 북한의 치밀한 심리전과 이적 행위로부터 국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방조치이자 물리적 방어선”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통일부에 ‘원칙대로 할 것’을 지시한 가운데,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도 언론·연구 등의 목적으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현실을 고려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할 수만은 없다. 다만 국가 안보적 차원을 고려할 때 어느 선까지를 허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내에서도 우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우리 국민도 북의 노동신문을 보며 그냥 믿고 현혹되기보다는 오히려 북한 체제가 어떤 언어로 자신을 정당화하려 하는지,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꿰뚫어 볼 수 있을 만큼 성숙하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신문을 보고 거기에 현혹될 국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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