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탔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으며,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1위를 굳혔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 가속화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HBM 시장에서도 양사는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회복 신호탄'·SK 'HBM 1위 굳히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올해 하반기 완벽한 회복 신호탄을 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 수준에 그쳤으나 3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범용 D램의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HBM 사업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HBM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HBM3·HBM3E 초기에는 평가 지연과 수율 이슈로 고전했지만, 올해 들어 주요 GPU 고객사를 대상으로 8단·12단 HBM3E 제품 검증을 통과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AMD와 주문형 반도체(ASIC) 업체인 브로드컴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효과가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을 제치고 업계 2위를 탈환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매출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22%다. 이는 전 분기 대비 7%포인트(p) 증가한 것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2분기 6%p에서 3분기 1%p로 바짝 좁혀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국으로 수출이 제한돼 고전했으나, 3분기 HBM3E의 선전으로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오픈AI가 이끄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공급을 맡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HBM 시장 1위를 유지했다. HBM 판매 호조로 올해 3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HBM 덕분에 창립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에 매출 24조4489억원, 영업이익 11조3834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올해 HBM 물량을 완판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3E 12단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했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다.
SK하이닉스는 구글의 최신 TPU 7세대(P·코드명 아이언우드)에 HBM3E 8단을 우선 공급사로 납품하고 있다. 다음 세대(TPU 7e)에 들어가는 HBM3E 12단도 독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세일즈마케팅담당(부사장)은 "HBM은 2027년에도 수급이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HBM 수요는 앞으로 5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최근 오픈AI와 대규모 D램 공급을 위한 LOI(협력의향서)를 체결한 것도 AI 메모리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HBM4 '품질 테스트' 경쟁
엔비디아 대상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납품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양사는 시제품(샘플) 테스트와 증산 준비를 병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을 내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조만간 HBM4의 일부 회로를 수정한 샘플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측으로부터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AI 가속기 출시 6~7개월 전에 HBM 납품이 완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내년 2분기부터 본격적인 공급을 시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AI 시대 가속화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를 경쟁적으로 확장하면서 서버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반면, 메모리 공급사들은 지난 2년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급을 증가시키기 어렵다"며 "2027년까지 역대 최장 기간의 메모리 업 사이클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물량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 P4(4공장) 증설과 함께 P5(5공장) 준공 시점을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27년 5월로 조정했다. 또 360조원을 투자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클러스터에 2031년까지 총 6개의 팹을 완공한다.
SK하이닉스도 청주 M15X 클린룸을 조기 완공하고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기존 계획보다 한 달 빠른 10월에 라인을 오픈한 뒤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아울러 2027년 5월 가동을 목표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용인 1기 팹은 M15X 6개 규모로, 이를 포함해 4개 팹 규모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HBM과 차세대 D램 등 AI 메모리 공급 확대를 위한 핵심 생산 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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