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한때 한국과 대만 야구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했다. 국제대회 성적과 선수층, 전반적인 경쟁력에서 한국 야구가 앞서 있다는 평가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그 흐름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대만 야구는 프리미어12 우승을 포함해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최근 메이저리그(MLB) 진출 사례도 늘어나며 한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유소년 야구를 향한 대만의 장기적인 투자와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대만 유소년 야구의 성장 배경을 이야기할 때 인프라 확충은 가장 먼저 언급되는 요소다. 대만은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전용 야구장과 훈련 시설을 꾸준히 늘려왔다. 연령대와 성장 단계에 맞춰 조성된 훈련장은 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기본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경기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훈련 효율과 반복 학습을 고려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현지 유소년 야구 지도자 역시 이러한 환경이 대만 야구 성장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유소년 야구에서는 수비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기본적인 플레이를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만 유소년 현장에서는 수비, 송구, 포구 등 기본 동작을 반복하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일상화돼 있다.


훈련 철학의 또 다른 축은 야구에 대한 애정이다. 이 지도자는 “대만은 야구가 인기 스포츠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승패보다 야구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동기와 태도를 강조하는 지도 방식이 유소년 단계부터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유소년 육성은 실업 야구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 대만 실업 야구는 오랜 기간 아마추어와 프로를 잇는 중간 단계로 기능해왔다. 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실업 야구팀들은 대학 졸업 이후에도 선수들이 경쟁 무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한 ‘대안 리그’가 아니라, 프로 진입 전 준비 기간을 제공하는 육성 단계로 자리 잡았다.
현지 지도자는 “실업 야구가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갈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프로에 도전하기 전 한 단계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성장 속도가 서로 다른 선수들이 조기에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경우 독립 야구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돈을 지불하고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대만 실업 야구에서는 급여를 받으며 생계 유지가 가능하다.

대만 야구의 저변 확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대만 선수들의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블A와 트리플A 무대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며, 대만 야구는 자연스럽게 국제 기준에 노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기술뿐 아니라 데이터 활용, 피지컬 관리, 경기 운영 방식까지 폭넓게 경험한다.
과학 기술의 도입 역시 대만 야구 발전의 중요한 요소다. 그는 “미국에서 들어온 과학 기술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대만 야구가 발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도자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수 스스로 자신의 플레이를 이해하고 개선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한국과 대만 야구의 간극이 좁혀진 배경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대만은 유소년 인프라 확충, 기본기와 반복 훈련 중심의 육성, 실업 야구를 통한 선수 보호, 그리고 미국식 과학 시스템과 마이너리그 경험까지 긴 호흡으로 준비해왔다. 그 시간이 쌓이며 국제무대에서 성과로 이어졌고, 오늘날 대만 야구의 경쟁력을 만들었다.

한국과 대만의 야구는 이제 단순한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서로 다른 환경과 선택 속에서 각자의 길을 걸어왔고, 그 과정에서 대만 야구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의미 있는 도약을 이뤄냈다. 간극이 좁혀진 이유는 명확하다. 대만은 유소년 야구부터 기본과 환경, 그리고 시간을 믿고 투자해왔고, 그 선택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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