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한 정치인을 둘러싼 하나의 사안을 놓고 언론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렸다. 어떤 매체는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논란 자체를 과도한 정치 공세로 규정했고, 다른 매체는 “합법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꺼내 들었다. 정성국 국회의원의 지방의원 고액 후원금 논란은 그래서 단순한 정치자금 이슈를 넘어, 무엇을 문제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언론의 관점과 역할까지 함께 묻고 있다.
정성국 의원을 둘러싼 논란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전·현직 지방의원들로부터 고액의 정치후원금이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불법 소지는 크지 않다. 개인 후원 한도를 넘지 않았고, 형식적 요건도 갖췄다. 이 지점에서 논란은 흔히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문장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서 논란은 늘 법의 문장 밖에서 증폭된다. 문제는 누가, 누구에게, 어떤 관계 속에서 후원했는가다. 지방의원은 지역 정치의 대표자이지만, 동시에 공천과 정치적 생존에서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존재다. 이처럼 수직적 관계로 인식되는 구조 속에서 고액 후원이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면, 시민의 의문은 자연스럽다. 그것이 곧 불법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정치적 부담이 발생하는 순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일부 보도는 ‘합법’이라는 단어를 방패 삼아 논란의 확장을 경계한다. 문제 제기 자체를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거나, 의혹 제기를 과도한 프레임으로 치부한다. 반면 다른 시선에서는, 바로 그 지점이 문제라고 말한다. 합법이라는 이유로 질문을 멈추는 순간, 정치의 관행은 언제나 무사 통과해 왔기 때문이다.
정성국 의원 측의 해명 역시 이 지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설명은 최소한의 방어에는 충분하지만, 시민의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후원의 경위는 무엇이었는지, 왜 지방의원들의 후원이 한 시기에 집중됐는지, 정치적 이해관계와는 정말 무관한지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정치인은 법정이 아니라 여론의 장에서 설명 책임을 지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번 대응은 논란을 스스로 키운 측면도 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싼 언론의 엇갈린 태도는 그래서 더 중요하다. 언론이 합법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정치의 구조적 문제는 언제나 ‘문제 없음’으로 정리된다. 반대로 사실 확인 없이 의혹만 키운다면, 감시 저널리즘은 신뢰를 잃는다. 중요한 것은 그 중간 지점, 즉 사실을 정확히 전하되 왜 이 문제가 반복되는지 구조를 설명하는 일이다.
정치자금은 단순한 회계 항목이 아니다. 정치 문화의 민낯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지방의원과 국회의원 사이의 후원 관계가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은 허용하지만, 시민은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그 간극을 메우지 않는 한, 유사한 논란은 인물만 바꾼 채 계속 등장할 것이다.
이번 논란은 특정 정치인을 단죄하기 위한 소재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 정치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낡은 후원 구조와 권력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다. 합법과 납득 사이의 거리를 외면하는 순간, 정치에 대한 불신은 다시 한 번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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