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계약 체결되지 않아도 美에 지분 10% 먼저 넘겨...비정상 계약구조"

[포인트경제]

영풍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과 관련해 최종 합작계약이 체결되지 않아도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그대로 보유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러한 계약구조는 비정상적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영풍 측은 "합작법인 투자자들이 체결한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서(Business Alliance Framework Agreement)'는 당사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최종계약에서 이를 확정하도록 규정했다"며 "합의서에는 최종계약이 2년 내 체결되지 않을 경우 합의서 자체가 해지될 수 있다고 명시했으나, 이미 발행된 고려아연 신주의 효력이나 회수·소멸에 관한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이로 인해 최종계약이 무산되더라도 합작법인은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보유하게 되고, 고려아연은 지분을 되돌릴 법적 수단을 갖지 못해 주주들의 지분 희석화만 초래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 같은 지분 이전 순서의 역전은 정상적인 합작 절차와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합작사업에서는 최종계약을 통해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확정된 후 신주 발행이 이뤄지지만, 이번 건은 신주 발행이 최종계약 체결 전에 먼저 진행돼 계약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합작법인이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계약 없는 신주 발행'이라는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며, 사업의 실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려아연만 일방적인 재무적·지배구조적 리스크를 부담하는 결과를 낳았다.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0%를 합작법인에 선제적으로 배정한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외부 기관에 지분을 배정하려면 명확한 경영상 필요성과 실질적 대가가 요구되지만, 미측 투자자의 구체적 의무가 공백 상태이므로 지분 이전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회사가 실질적 이익 없이 지분만을 상대방에 이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영진의 판단에 대한 책임 문제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또한, 합의서에는 미측 투자자가 어떠한 지원을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사업 수행과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은 고려아연이 거의 전적으로 떠안도록 규정돼 있어 책임의 실질적 배분이 일방적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명확히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지분 배정과 합작 추진을 승인했다면 기업의 지배구조와 주주 보호 원칙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풍·MBK는 "미국에 제련소를 건설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합의서에는 고려아연에게만 의무를 부과하도록 돼 있고, 특히 최종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배정된 고려아연 지분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주를 발행할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합작사업의 권리와 의무가 명확히 확정된 이후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이며, 이러한 원칙을 무시한 지분 배정은 회사와 주주 모두에게 심각한 손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