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중국 멜로 영화 수작으로 평가받는 ‘먼 훗날 우리’가 깊은 감성과 공감 가득한 ‘우리’의 이야기,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로 재탄생해 관객을 만난다. 배우 구교환·문가영이 주인공으로 나서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과 ‘케미스트리’를 완성하며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만약에 우리’는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구교환 분)와 정원(문가영 분)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기억의 흔적을 펼쳐보는 영화다. 2018년 개봉해 중국 멜로 영화 흥행 1순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은 ‘먼 훗날 우리’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단편 영화 ‘자유연기’로 제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장편 연출 데뷔작 ‘82년생 김지영’으로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본 사랑과 이별, 그리고 한 번쯤 상상해 본 우연한 재회를 섬세하게 그려낸 것은 물론, 꿈을 좇는 청춘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담아내 공감대를 자극한다.
김도영 감독은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만약에 우리’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가 내게 온 것은 아마 모든 세대를 아울러서 공감할 수 있는, 모두가 한 번쯤 통과하는 그 시기를 이미 지나 온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연극은 훌륭한 작품을 배우가 바꿔서 하잖나. 내용을 알아도 극장에 또 가는 이유는 배우를 보기 위함이다. 이 영화도 그렇게 접근했다”며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우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각자의 경험을 가지고 현장에서 만났다. 서로 말로 하지 않더라도 배역을 통해 서로 교감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덧붙였다.
연출 포인트에 대해서는 “원작의 흑백 장치를 그대로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민했다”며 “그 시절과 현재가 너무 드러나지 않게 균형감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그 과거로 인해 현재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순간에 과거에서 현재로 이동할 것인지, 현재 그 이야기를 나눈 두 남녀가 어떤 선택을 하고 마무리할 것인지 구조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꿈을 좇는 청춘의 이야기도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김도영 감독은 “그 시절을 겪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꿈을 좇는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꿈이라는 것은 좇다가 지치기도 하는데 꿈꾸고 나아가고 좌절하던 그 시절에 만난 따뜻한 인연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실력과 매력을 겸비한 구교환과 문가영의 조합은 원작과 또 다른 매력을 완성하는 힘이다. 구교환은 컴퓨터 공학도 은호로 분해 첫사랑의 설렘부터 이별 후 밀려오는 후회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세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연기해 공감을 이끌고 현실에 지친 은호의 유일한 꿈이 돼 준 정원 역의 문가영 역시 반짝반짝 빛나는 20대 청춘부터 30대 커리어 우먼의 성숙한 모습까지 노련한 연기로 소화해 몰입을 높인다.
구교환은 문가영에 대해 “장면을 굉장히 잘 설계하고 반대로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표현도 정말 좋은 배우였다”며 “기술과 감정을 절반씩 함께 잘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문가영의 감정 연기가 돋보인 장면을 언급하며 “함께한 스태프들 조차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심지어 나는 현장에 없었는데 집에서 울었다”고 재치 있는 칭찬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영향을 준 배우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박수를 보냈다.
문가영도 “구교환은 모든 배우들이 너무나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고 팬인 배우들이 너무 많다. 함께하게 돼서 영광이었다. 너무나 함께하고 싶었다”며 “현장에서 자주 이야기도 했지만 정말 천재 같다. 촬영 다 끝나고 (구교환에게) 배운 걸 나중에 잘 써먹겠다고 하기도 했다. 정말 배운 게 많다”고 화답했다.
김도영 감독 역시 “배우의 덕을 굉장히 많이 봤다”며 “이런 보물들과 같이 작업하니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시 없을 배우들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호연을 펼친 구교환, 문가영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기대를 당부했다.
구교환은 “영화를 보는 시간의 체험도 중요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시간들이 좋다. 다시 장면을 생각하게 되고 그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잖나.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위대하고 쉬운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영화를 보고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고 생각날 사람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문가영은 “2시간을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와서 영화를 봐준다는 게 소중한 일인 것 같다”며 “영화를 보고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떠올리길 바란다”고 보탰다.
끝으로 김도영 감독은 “잘 이별하는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누군가의 은호였고 누군가의 정원이었던 우리 자신, 그리고 상대방을 한 번씩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 오랜만에 가슴이 말캉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객들에게 가서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이며 극장 관람을 독려했다. ‘만약에 우리’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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