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고려아연이 11조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현지 합작법인(JV)에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유상증자의 시점과 구조를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美 제련소 착공은 2027년 이후, 왜 연내 3자배정 유증하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미국 제련소 건설 추진과 함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신주 인수 주체는 ‘크루시블(Crucible) JV LLC’이며, 대금 납입일은 12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크루시블 JV는 미국 전쟁부와 산업부 및 미국 내 전략적 투자자, 그리고 고려아연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이다. 이번 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보통주 220만9,716주를 2조8,508억원(주당 129만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증자 전 기준으로 약 10.25%에 해당하며, 자사주 소각(68만10주)이 이행된 현재 시점 기준 크루시블 JV의 지분율은 약 10.59%까지 올라간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 같은 유상증자 계획이 발표된 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3자 배정 방식을 택한 목적이 자금조달이 아니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경영권 유지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최 회장 측과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영풍 측은 18일 유상증자의 시점과 구조를 놓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영풍 측은 “미국 현지 제련소 건설이 장기 프로젝트임에도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연내로 잡아, 불과 3영업일 차이로 JV에 약 44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납입 시점만 유독 앞당긴 배경을 놓고, 이번 3자 유증의 목적이 미국 투자보다는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결산배당 공시를 통해 1주당 2만원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기준일은 12월 31일이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12월 26일 납입으로 마무리되면 크루시블 JV는 연말 주주명부에 등재돼 곧바로 배당 대상이 된다. 그 결과 크루시블 JV에 지급될 배당금은 약 442억원 규모로 추산된다는 게 영풍 측의 설명이다.
◇ “고려아연 美 현지 JV, ‘3일’ 차이로 442억 챙긴다”
영풍 측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불과 며칠 차이로 상당한 현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셈”이라며 “설계부터 완공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대규모 공장 건설 프로젝트 특성상 자금 집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굳이 연내 납입을 고집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장 착공 시점이 2027년 이후로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집행 일정과 증자 시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풍 측은 납입 시점을 연말로 맞춘 것과 관련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동시에, 최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영풍·MBK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은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