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낙동강과 금정산, 백양산을 동시에 품은 부산 북구는 도시가 갖추기 어려운 자연 조건을 이미 확보한 곳이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확정으로 북구의 생태적 가치는 국가 차원에서 공인됐다. 그러나 자연의 완성도와 달리 도시의 체감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교통 혼잡, 인구 유출, 도시 중심 기능의 공백이 겹치며 북구는 지금 ‘전환을 선택하느냐, 정체를 감수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출퇴근길에서 드러난 도시 체력
북구 주민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문제는 교통이다. 화명동·금곡동·덕천동을 잇는 주거 밀집 지역에서 지하철 2호선 혼잡은 일상적 불편으로 굳어졌다. 출퇴근 시간대 만원 열차는 반복되고 있지만, 증편이나 대체 교통수단 도입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만덕고개를 포함한 주요 도로망 역시 상습 정체 구간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양달로 확장과 동원역 앞 보행육교 캐노피 설치를 위한 특별교부세 확보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되지만, 인구 구조와 통행 패턴 변화를 반영한 중장기 교통 체계 재설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체감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은 도시 행정에 대한 신뢰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점에서 보다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과 낙동강 과제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북구의 도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린 사건이다. 도심과 맞닿은 국립공원이라는 상징성은 북구를 부산의 대표 생태 도시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여기에 낙동강이라는 또 하나의 핵심 자산이 있다. 화명생태공원과 강변 산책로는 이미 시민들의 일상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과제는 이제 보존을 넘어 활용과 연결의 문제다. 낙동강변 개발을 둘러싸고 환경 보존과 도시 기능 확충 사이의 균형, 주민 의견 수렴 방식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개별 사업 중심의 접근을 넘어, 관광·여가·문화·생활 인프라를 아우르는 장기적 도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 미래도 비어간다
북구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고민은 인구 유출, 특히 청년층 이탈이다. 산업시설 이전 이후 지역의 생산·고용 기능이 약화되면서 일자리 기반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주거 여건은 안정적이지만, 일과 문화, 성장 가능성을 찾는 청년들에게 북구는 선택지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북구가 AI 중심 도시 전략, 웰니스 관광 거점 조성 등 새로운 성장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점은 주목된다. 다만 이러한 구상이 실제 일자리 창출과 정주 여건 개선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정책 간 연계와 실행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사람을 붙잡지 못하는 도시는 결국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신청사·북항 재개발, 도시 전환 갈림길
덕천동 근린공원 부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북구청 신청사 이전은 북구 도시 구조 전환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행정 효율성 제고와 함께 주변 지역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다만 일부 부지의 토지 소유권 문제로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서, 일정과 추진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산의 핵심 도시 재편 사업인 북항 재개발 역시 북구에는 중요한 변수다. 북항의 경제·산업적 파급 효과를 북구까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요구된다. 역사적으로 구포나루를 중심으로 물류의 요충지였던 북구의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북구의 과제는 이미 분명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진단이 아니라 실행이다.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한 단계별 로드맵, 금정산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도시 전략, 청년을 붙잡을 산업·일자리 설계, 신청사 이전에 대한 명확한 일정 제시까지 어느 하나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다. 북구의 다음 10년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지금부터 하나씩 제시되는 선택과 일정으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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