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반도체 설계의 플랫폼화를 통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인공지능(AI) 맞춤형 반도체(ASIC)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AI ASIC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미파이브는 '시스템 반도체(SoC)를 더 싸고, 빠르고,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미션 아래 지난 2019년 설립됐다.
팹리스, 세트업체, 서비스 프로바이더 등 다양한 고객을 대상으로 설계부터 양산까지 아우르는 종합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반도체 설계 과정을 플랫폼화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사업 모델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조 대표는 "반도체 설계의 플랫폼화를 통해 고객이 AI 반도체를 보다 쉽고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상장을 계기로 차세대 기술 영역과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 개발·양산·IP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
세미파이브의 사업은 크게 △개발 서비스 △양산 공급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구분된다.
개발 서비스는 ASIC 전 과정을 포괄하는 엔지니어링 영역으로, 칩 스펙 정의와 IP 선정부터 로직·물리 설계, 샘플 생산, 패키징, 테스트,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솔루션을 제공한다.
양산 공급은 개발된 ASIC를 파운드리를 통해 직접 양산 공급하는 서비스로, 독점 생산권을 기반으로 고객 락인(lock-in)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한다. 제품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매출이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자회사 아날로그 비츠(Analog Bits)를 통한 IP 사업이 더해지면서 개발·양산·IP 매출이 선순환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아날로그 비츠는 저전력 혼합신호 IP 분야에서 TSMC, 삼성파운드리, 인텔, 래피더스 등 글로벌 파운드리를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해당 IP는 세미파이브의 설계 플랫폼에도 내재화돼 있다.
조 대표는 "이러한 구조를 바탕으로 AI 가속기, 데이터센터, 엣지, 카메라, 스마트글래스 등 다양한 응용처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최선단 공정·빅다이 설계 역량…'빅테크 레디' 경쟁력
세미파이브의 핵심 강점 중 하나는 고난도 AI ASIC 개발이 가능한 빅테크 레디(Big-Tech-Ready) 역량이다.
2nm~4nm 최선단 공정부터 빅다이(Big-Die) 및 핵심 IP 설계 경험까지 고성능 AI 반도체 개발과 양산을 위한 밸류체인 전반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 2세대 2nm GAA 공정에서는 삼성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 최초로 턴키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2nm~4nm 최선단 공정 매출 비중은 지난 2022년 5%에서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41.4%로 급증했다.
고성능 AI 반도체 개발에서 빅다이 설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미파이브는 해당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국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반도체 기업의 500mm² 칩 설계를 완료했으며, 아시아 AI 반도체 기업의 HPC용 800mm² 초대형 빅다이 설계 과제도 진행 중이다.
특히 3D-IC 기술을 적용해 800mm² 크기의 가속기 칩 위에 4장의 D램(RAM) 메모리칩을 수직 적층하는 고성능 AI 칩 개발 과제를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수행하고 있다.
3D-IC는 칩 면적을 줄이고 연산 회로와 메모리 간 거리를 최소화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어, 고성능 AI 칩 개발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 글로벌 고객 확대…해외 비중 빠르게 증가
AI ASIC 시장 수요 증대에 따라 세미파이브의 수주금액도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규 수주금액은 △2020년 57억원 △2022년 572억원 △2024년 1239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은 1257억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연간 신규 수주금액을 넘어섰다.
이같은 성과는 세미파이브의 설계 플랫폼 전략과 턴키 수주 역량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세미파이브는 △개발 효율성과 확장성을 극대화한 '반도체 설계 플랫폼 기술'과 △설계부터 양산까지 아우르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 개발 인력이나 자원이 부족한 팹리스나 세트업체도 전용 AI 반도체를 신속히 개발하고 양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세미파이브는 국내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해외 고객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법인을 기반으로 글로벌 영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과 유럽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해외 매출액은 지난해 45억원(4.4%)에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550억원(59.8%)으로 급증했다. 현재 글로벌 고객사 14곳을 확보했으며, 59개사와 추가 수주를 논의 중이다.
◆ 공모자금 기술·인프라 투자 사용
세미파이브는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을 △엔지니어링 인력 확충 △3D-IC 등 차세대 기술 및 IP 확보 △양산 프로젝트 확대에 따른 운영자금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AI ASIC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설계부터 양산까지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고객 기반을 동시에 강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미파이브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5거래일간 진행된 수요예측 결과, 최종 공모가를 희망 밴드 상단인 2만4000원으로 확정했다. 국내외 기관 2159개사가 참여해 경쟁률 436.9대 1을 기록했다.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양일간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이번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한 총 공모금액은 약 1296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8092억원 수준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과 UBS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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