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비밀을 빼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40대 전직 직원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항소4-2부(재판장 류호중)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직원 A(46)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20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먼저 유출 행위의 중대성을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약 2주 동안 출력해 외부로 가져 나간 자료는 50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이 안에는 국가 핵심기술도 포함돼 있었다”며 “이는 회사의 경쟁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국가 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8년간 회사에 근무하면서 영업비밀 보호 서약까지 했는데도 이를 어기고 신뢰 관계를 저버렸다”며 “회사 역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 유출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문제의 자료는 표준작업절차(SOP) 관련 문서여서, 다른 회사에 넘길 생각이었다면 보다 핵심적인 서류를 가지고 나왔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이 같은 진술을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의 주거지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결과, 다른 기업이나 해외로 자료를 전달했다는 정황이나 이직을 준비한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자료를 쓰레기장에서 찢어 버렸다고 주장하는데, 이 폐기 행위로 인해 제3자에게 자료가 전달되는 등 피해가 현실화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류 판사는 선고 후 A씨를 향해 “다음부터는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지난 7월 “유출한 자료의 양이 많고, 생명공학 분야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바 있다.
A씨는 2022년 12월 3일부터 11일까지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시설의 표준작업지침서’(SOP) 등 회사 영업비밀 파일 174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회사 내부 전산시스템에 보관된 파일을 출력한 뒤, 이를 옷 안에 숨겨 외부로 들고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달 13일에는 A4용지 300여장 분량의 영업비밀 37건을 추가로 반출하려다 보안요원에게 적발돼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그가 들고 나가려 한 자료에는 IT SOP와 각국 규제기관의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문서 등 국가 핵심기술 2종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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